나뭇잎은 사실 초록색을 싫어한다.

by KUZA

“아빠, 나뭇잎은 초록색을 사랑 하나 봐. 온통 초록색 이잖아.”


방학숙제로 식물원을 탐방하던 딸아이가 문득 필자에게 화두를 던졌다. 나뭇잎은 과연 초록색을 사랑하는가. 이 어린 아이의 단순하지만 심오한 질문을 아빠는 굳이 물리학적으로 접근해 보았고, 그 결과 전혀 반대의 답을 얻게 되었다.


햇빛은 파장이 다른 여러 가지 색의 전자기파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뭇잎은 빛을 구성하는 여러 색들 중 유일하게 초록색만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 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반사된 빛인 초록색을 나뭇잎의 색으로 인지하게 되는데,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뭇잎은 초록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언제나 밝아요.]

세상 모든 부모가 쉽게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이는 제가 제일 잘 알죠.’ 일 것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내면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보여지는 생활 속 모습만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마치 나뭇잎이 초록색이라서 초록을 좋아한다고 아는 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언젠가 과하리 만큼 밝은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밝은 미소를 무장한 채 만나면 언제나 웃음으로 인사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아이였는데, 후에 알게 된 사실은 부부가 집에서 격한 싸움이 잦았다고 한다. 예상컨데 그 아이는 늘 불안한 마음으로 진정한 밝음을 흡수하지 못한 채 계속 반사하고 있었을 것이다. 밝은 체 하는 행동이 내면의 불안함을 감추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일 것이라 여겨 이를 채택한 아이를 생각하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저 친구는 참 쿨한 것 같아.]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향에 따른 유효한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게 된다. 특히나 훌륭한 리더가 되어 팀원들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성향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때 보이는 대로의 1차원적 분석이 아닌 다면적인 성찰을 통해 내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날 A팀장이 고객을 찾아가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할 일이 생겼다. 부득이 직원 중 한 명을 보내야 하는데 누구를 보낼까 고민하던 팀장은 평소 쿨하기로 소문난 B 직원에게 부탁했다. 늘 힘든 일을 시켜도 쿨하게 ‘괜찮습니다.’ 를 연발하던 B직원이기에 이번 일도 비교적 수월하게 해낼 것이라는 판단 에서였다. 하지만 몇 개월 후 A팀장은 B직원이 퇴사를 결심한 시점이 그 때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평소 쿨한 척 한 것이 사실은 상처를 흡수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 였음을 팀장은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나뭇잎에게 있어서 초록색을 반사하는 것은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만약 나뭇잎이 초록색을 흡수한다면 세포 속 활성산소가 발생하여 잎 속의 세포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겉으로 보여주는 1차원적 모습은 어찌 보면 내가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진 생존전략적 모습일 수 있다. 이는 나의 내면 속 본질적 모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는 이 점을 꼭 기억하여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