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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Oct 17. 2021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라는 꿈이 가능할까?

어릴 때 꿈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한참 생각하게 된다. 어릴 때 내 꿈이 무엇이었지? 초등학교 때는 신문기자가 되는 것이었던 것 같고, 중고등학교 때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던 것 같다. 대학원 다닐 때는 환경전공으로 세상을 더 맑게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때 그때 희망했던 직업도 실제 가졌던 직업도 다 달라졌지만, 한 가지 일관되게 가졌던 꿈이 있었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가 가졌던 꿈으로는 너무 거창했던 것 같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닌 나이 든 여자가 가진 꿈치고는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내가 그 방향성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조끔씩이라도 가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다닐 때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을 3년간 기획한 적이 있었다. 이 사업을 어떻게든 해 보려고 3년간 100번 가까이 회사 안팎으로 소개를 하며 시도를 했다. 심지어 회사 발표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삼성은 '바퀴 달린 것은 대형 냉장고 빼고는 안 한다'라는 기사가 실린 메일을 받고는, 내가 이 회사에서 이 사업을 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회사를 관두겠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상사분이 상당히 좋은 분이셨는데, 내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본인도 박사학위 받고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쉽지가 않았다면서, 사표 내지 말고 회사 내 다른 일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진심 어린 조언도 해 주셨다.


남편이랑 회사 관두는 문제를 상의했다. 남편은 내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므로, 당신이 원한다면 그만두어도 된다고 대답해 주었다.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니면 높은 월급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내 꿈에서는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관두었고,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었다.


가정주부로 사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아이 둘을 키우며,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고, 여행도 다니고,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혜택을 누렸다. 그렇지만 내 속에 남아 있던 세상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꿈을 잊지는 않았다. 전기차 카셰어링에서 출발했지만, 공유경제 전체로 생각을 확대해 나갔다. 천천히 공유경제에 대한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교육도 했다. 공유경제연구소라는 작은 개인 연구소도 2018년에 하나 만들었고, 2021년에는 법인으로 공식 오픈도 하였다. 최근에는 업사이클링센터 운영과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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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다닐 때 선배랑 국비유학시험을 치러 간 적이 있었다. 나는 전 달에 운동하다가 넘어져서 팔을 부러뜨려서 두 달간 깁스를 하고 있었다. 국비유학시험에 한국사 시험이 있었는데, 서술형으로 길게 쓰는 문제였다. 운이 없게도 오른팔을 부러뜨려서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냥 시험문제라도 보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갔고, 깁스 한 팔로 개발새발 겨우 몇 줄 쓰다가 말았다. 당연히 나는 떨어졌고, 같이 간 선배는 국비유학시험에 붙어서 미국 유학을 갔고, 돌아와서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


이야기 스토리만 보면 지지리도 운이 없는 사람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그해에 팔을 부러뜨린 것은 운이 없는 거였지만, 정말 국비유학시험에 마음이 있었다면 그다음 해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시험을 보러 갔을 것이다. 국비유학시험 공부하는게 어렵고 싫었기 때문에, 유학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 것 같다는(* 참고로 나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이다.) 자기 합리화를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유학 공부를 접었다. 같이 시험 보러 같던 선배는 사실 나보다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고,  유학 가서도 아마 수많은 밤을 새우며 노력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이나 사회적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을 지나 놓고 보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본인의 의지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에 내가 회사에서 발표했던 동영상을 다시 보니까, 내용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내 꿈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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