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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Apr 20. 2022

3D 모델링으로 업사이클링 하기

업사이클링으로 침대 헤드 커버 만들기

올해 내가 하고 있는 연구소 핵심 연구분야로 업사이클링을 선정했다. 의류, 가구, 가죽, 가방, 푸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보고 그 과정을 공유하려고 한다. 한 달에 하나 정도 시제품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첫 작품으로 침대 헤드를 업사이클링해 보았다. 일반적인 업사이클링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좀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부분이 있어 전체 과정을 공개하고자 한다.




1. 업사이클링에 3D 모델링이 왜 필요한가?


일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용어 정의 : 네이버 지식백과)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재활용품, 디자인, 가치 높임 정도가 될 것이다. 흔히 보는 사례로 재활용 의류로 에코백 정도를 만드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이 재활용하고 무엇이 근원적으로 달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부는 디자인이라 말하기도 하고, 일부는 쓰임새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제작과정과 이미지가 달라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재활용품 하면 오래 써서 낡은 이미지가 있다. 환경을 위해서 재활용을 하기는 하지만, 신상품에 비해서 뭔가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질을 높이고 첨단 이미지로 가져갈 필요성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에 대학원 다닐 때 폐기물 재활용 교환정보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안 쓰는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이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실은 재활용품이 낡고 질이 떨어져 그냥 준다고 해도 쓸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었다.


전공은 환경이었지만 박사학위 받고 IT회사에 취직했다. 처음에는 환경정보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지만, 얼마 안 있어 다른 분야의 공공 PM도 하다가 스마트시티 같은 신사업 기획에도 참여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물들은 연결되어 있어 서로 다른 분야들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그 연결고리를 IT가 담당할 수 있었다. 결국 회사를 관두고 환경, IT, 경제라는 이질적인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공유경제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서론이 길어졌지만, 업사이클링도 뭔가 다른 IT적인 혁신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용품을 가지고 수작업으로 디자인하고 오리고 붙이고, 수선하여 새로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제작과정에 3D 모델링과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기법을 사용해 변화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사이클링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과는 다르게 하나하나가 다 다른 수작업적인 요소가 많은데,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다 만들기 전까지는 간단한 그림 도면이나 설계도 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완성된 모습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가구나 가방을 재활용해 새롭게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경우 고객과 의논하여 대략적인 크기나 색상, 디자인 등을 정할 수는 있지만, 완성되기 전까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기 어려워 결과물을 보고 고객이 제가 원했던 것이 이게 아닌데요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업사이클링하는 사람의 감만 믿기보다는 고객과 의사소통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미리 시물레이션 해 볼 수 있는 3D 모델링이나 3D 프린팅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2. 침대 헤드 커버 제작기


첫 번째 업사이클링 시제품으로 집에 있던 낡은 침대 헤드 커버를 3D 모델링 기법으로 제작해 보기로 했다. 몇 년 전에 산 침대인데, 침대 헤드가 레자로 만든 것이어서 처음에는 하얗고 깨끗했는데 쓰다 보니까 조끔씩 껍질이 벗겨져 떨어져 나가면서 지저분해지지 시작했다. 침대가 매트리스와 같은 본질적인 것은 다 멀쩡한데, 헤드만 일부 벗겨졌다고 버리기에는 자원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집에 있는 얇은 홑이불을 커버 삼아 침대 헤드에 씌어 놓았다. 그런데 보기는 나아졌지만, 얇은 이불은 고정이 안돼 자꾸 흘러내렸다. 


낡은 침대 헤드와 홑이불 커버


그래서 정식으로 커버를 만들어 씌우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바느질 공방에 가서 이런 색깔과 이런 천으로 침대 헤드 커버를 하나 만들어 주세요라고 수작업으로 주문제작 의뢰를 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3D 모델링을 통해서 침대 헤드 커버 디자인을 여러 개 만들어 보고,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선택해 주문제작하기로 하였다.


내가 있는 연구소 근처 옆 건물에 동신대에서 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3D 프린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3D 모델링도 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정식으로 의뢰를 하였다. 침대 헤드 사진과 몇 개의 커버 천 샘플 사진을 보내 주었다. 나도 3D 모델링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CADian 3D라고 3시간짜리 입문교육도 같이 들었다. 개념 이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3시간 배워서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고, 3D 모델링 렌더링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해 보였다.  동신대에서는 성의를 가지고 4개의 렌더링 샘플을 만들어 사진을 보내 주었다.


동신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작업해서 보내 준 3D모델링 샘플 사진


네 개의 샘플 사진 중 첫 번째 꽃 자수 문양이 제일 깔끔해 보여서, 이 디자인으로 바느질 공방에 커버 제작을 의뢰하였다.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안다미로 바느질방이라는 공방인데, 경험이 많은 주인이 장인정신을 가지고 꼼꼼하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처음에 커버 제작을 의뢰할 때는 쉽게 생각을 하였는데, 공방 주인과 이야기하다가 보니까 내가 처음 시도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사각형 제품을 골랐으면 아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의뢰한 침대 헤드는 사각형도 타원형도 아닌 조금씩 올라가는 경사를 가진 제품이었다. 정확한 제품 수치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물건이었다. 크기가 작은 제품이었으면 동신대 메이커 스페이스에 가져가 3D 스캐너로 정확한 수치 값을 측정해 주거나, 직접 바느질 공방에 가지고 와서 표면을 따라 본을 떠서 만들 수도 있을 텐데 크기가 크다 보니까 승용차에 싣기도 힘들었다. 결국 내가 집에서 수작업으로 가로, 세로, 높이 등을 자로 재어서 그림으로 그려 주었다. 특히 침대 헤드 모서리의 주름진 부분은 내가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침대 헤드 사이즈 측정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꼼꼼한 바느질 공방 주인은 주름 잡힌 것과 주름잡지 않은 두 가지 샘플을 만들어 침대 헤드에 씌어 보라고 주었다. 주름잡은 것이 더 잘 밀착된다고 하니까, 모서리 주름뿐만 아니라 커버 하단에도 고무줄을 넣어 크기에 약간의 오차가 생겨도 문제없이 고정될 수 있도록 광목천으로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집에 와서 씌어 보니까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게 잘 어우러졌고, 아름다웠다.


안다미로 바느질방에서 만들어 준 침대 헤드 커버



3. 업사이클링의 발전방향


업사이클링 시제품을 만들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업그레이드 부분이다. 이번에 3D 모델링 기법을 사용하긴 했는데, 3D 스캐닝까지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제품이 사각형이나 원형이 아닌 입체적으로 다양한 형태일 경우 3D 스캐너를 사용하면 정확한 수치 값을 쉽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나오는 3D 스캐너의 경우 크기가 작은 제품을 측정하는데 좋은 고정형 제품부터, 건물과 같은 큰 물체를 측정하기에 좋은 이동형 제품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고, 가격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앞으로 활용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구의 경우에는 3D 프린터로 작게 모형을 만들면 업사이클링된 이후의 모습을 예측하기가 좀 더 용이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디자인적 업그레이드 부분이다. 이번 침대 헤드 커버의 경우에는 가상 사진을 활용해 3D로 모델링했을 때 보다, 실제 수놓은 천을 사용한 실물 제품이 더 아름답게 나왔다. 결국 오랜 경험을 가진 공방 주인의 디자인 감각이 중요해 보였다. 업사이클링이란 결국 기존의 제품보다 디자인적으로 더 나아져야 재활용품에 비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부분이다. 사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아름답다 또는 어울린다는 것은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기존에는 제품을 의뢰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만들기 전에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로 요청했다가 다 만들어졌는데, 이게 아닌데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3D 모델링 기법들을 사용하면 다양하게 크기, 모양, 색깔 등을 바꾸면서 시물레이션 해 볼 수 있어, 원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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