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업사이클링센터 운영과 교육을 같이 하려고 하고 있다. 기존에 공유경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의 강연과 포럼, 교육 등을 해 보았기 때문에 익숙해졌는데, 업사이클링 교육은 새로 해 보는 분야라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이 많았다. 다행히 기존에 업사이클링 교육을 한 다른 지자체 사례들이 많아 참조가 되었다. 지난달에는 익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하는 도시재생 업사이클링 전문가 양성교육에도 참관을 해 보았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교육 과정들을 참고하여 좀 더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보려 한다.
익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하는 업사이클링 전문가 양성교육으로 총 15회에 걸쳐서 업사이클에 대한 이론교육과 실습을 같이 하고 있다. 업사이클 교육 전문업체인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위탁하여 교육을 하고 있다. 지역 공방 등을 운영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키트 개발과 강의안을 발굴하는 강사 육성 과정이다.
나는 멜팅 폴리(Melting Poly)라고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교육에 참여를 하였다. 먼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고, 간단하게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보는 실습도 해 보았다. 이론 교육에서는 플라스틱이 무엇일까? 왜 플라스틱에 집중해야 하는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상세하게 자료 화면들을 보여 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사실 환경전공이기 때문에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플라스틱의 문제점들을 인식시키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내용이었다.
이론교육 자체는 괜찮았지만, 실습 부분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실습 키트라고 나누어 주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들기 수업 시간 정도에 할 만한 재활용 모빌 만들기 같은 거였다. 가는 줄에 폐플라스틱 몇 개와 장식품을 달아서 만드는 것이었는데, 내가 만들기 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아름답다는 생각도 안 들고, 이걸 도대체 무엇에 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가 좀 더 실용적인 교육 계획을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작은 지자체의 열악한 도시 여건에도 불구하고 업사이클링에 대한 일반인 교육부터 전문가 교육까지 한 단계 더 나은 교육을 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여 업사이클링 전시회도 하고,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그 노력들이 모여 디자인적으로 더 나은 도시로 나아갈 것 같았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서는 다양한 업사이클링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대상도 초등생부터 일반시민, 전문가 등 다양하다. 교육내용도 재활용품을 간단히 업그레이드하여 팔찌나 장식품을 만드는 것부터, 전문가들을 위한 환경 이론과 업사이클 프로그램을 짜는 것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교육하고 있다.
업사이클 교육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의 업사이클 교육현황을 참고하길 바란다.
업사이클링 교육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직접 교육도 받아 보고 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실용적인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존의 많은 업사이클링 교육들이 재활용품을 이용해 간단한 팔찌나 모빌 같은 장식품을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물론 교육시간과 교육비 등의 제약 요소들이 있고, 교육대상도 초등학생이나 일반 시민들인 경우 전문가 수준의 고퀄리티 작품이 나올 수 없어 간단한 실습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이렇게 만들어지는 물건들은 예쁜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재활용이든 업사이클링이든 궁극적인 목적은 버려지는 물건을 재사용하게 하여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장식품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지 않고 실질적인 쓸모도 없으면 그 물건은 집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결국 버려지는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사이클링 교육이 쓸모 있으려면 만드는 물건이 디자인이나 재질 측면에서 아름답고 품질이 높아야 하고, 실용적으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목표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목표와 깊이는 달라야 한다. 물론 업사이클링 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교육키트나 교육 내용에 있어서 고퀄리티를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업사이클링 교육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어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생 수를 줄이고 교육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20명이 2시간 교육을 받는 것과 5명이 8시간 교육을 받는 것은 교육 내용과 결과물의 질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일단 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상향 평준화로 나아갈 수 있다. 제대로 교육받은 전문가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좀 더 고퀄리티의 교육을 해야만 업사이클링이 더 발전할 수 있다.
셋째, 업사이클링 교육 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
업사이클링 교육들을 살펴보면 만들기 교육 내용들이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헌 천을 이용한 에코백 만들기나,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장식품 만들기, 자투리 가죽을 이용한 동전지갑 만들기 등 이미 집에 여러 개씩 가지고 있어서 크게 쓸모도 없는 것들을 만들고 있다.
집에 안 입는 옷이나 수선이 필요 한 옷, 수리가 필요한 가구 등을 가지고 오게 해서 교육생들의 의견을 모아서 새롭게 디자인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아예 푸드 업사이클링 같이 새로운 분야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값싼 와인에 못난이 과일들을 넣어 뱅쇼를 만들고, 끓이고 남은 과일은 모아서 잼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뱅쇼는 와인에 과일의 상큼함이 배어 들어서 맛도 좋고 몸도 따스해지는 요리이다. 끓이면 술도 날아가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으면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뭉근한 불에 천천히 끓여야 하기 때문에 끓이는 동안에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이론 교육도 할 수 있다. 뱅쇼가 만들어지면 같이 만든 잼을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으면서 담소도 나눌 수 있어 교육생들과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업사이클에 대해 생각을 넓히면 다양한 업사이클링 교육이 가능해질 것 같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