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전세 쉬운 매매, 나는 20대였다_4

내가 그 정도도 못 모을 줄 알고?

by 첨chum

만약 당신도 소비나 저축이 어렵고 힘들다면 내가 할뻔한 실수 모음집을 보고 넘어가시라.


내가 할 뻔한 실수 모음(다행히 안 한 것들)
월급의 반을 저축하기
2년, 3년 길게 적금 들기
조언을 맹신하기


등등 이 외에도 많지만 3가지로 추렸다. 이게 왜 실수이냐 하면 말이 길어지니 다음 챕터에서 계속해보겠다. 아, 참고로 내가 당시 2-3년 동안 모은 금액은 약 3600만이었다. (놀랍게도 이 금액으로 집을 샀다


... 지난 내용




월급의 반을 저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시 내 월급은 전편에서도 다뤘지만 월 200만 원 수준이다. 100만 원을 저축하고 100만 원을 소비한다면 올바른 저축이 되는 걸까. 소비와 저축 비율은 본인의 소비 수준과 기본 지출에 달렸다. 생활비가 100만 원인데 월세가 45만 원이라면 약 반절이 기본 지출비용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면 나머지 (100-45) 55만 원은 전기세, 관리비, 보험 등으로 나가는 비용으로 끝난다. 방바닥에 누워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게 돈이라니.


만약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면 일부 지출이 사라질 테니 저축을 더 해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저축 비용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 막연하게 남들이 하니까, 남들이 조언하니까, 이 정도는 모아야 한다고 하니까 같은 이유로 저축금액을 결정하지 않길 바란다.


특히 월급의 몇 퍼센트는 저축을 해야 한다 같은 말은 의외로 효과가 없더라. 그런 의미에서 월 200만 원을 벌고 있던 나는 한 달에 10만 원씩 저축을 시작했다. 어차피 모을 거 버스트 업 할 겸 재미있게 저축하는 방법을 고려해봤다.


한 달에 10만 원씩, 한 달에 1번 적금 들기


10만 원씩 적금을 드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12개월을 모으면 120만 원 정도라 이율이 낮아도 티가 나지 않는 돈이다. 그래서 단지 "모은다"라는 개념으로 돈을 관리하기 좋다. 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로 짧게 정해 보는 것도 좋다. 본인이 어떤 소비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보자. 10만 원 적금을 들어보고 괜찮으면 다음 달에는 20만 원짜리 적금을 들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늘려가서 적금이 끝나는 기간이 돌아오면 1달에 1번씩 적금한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12개월 * 10만 원 * 12번


첫 달은 10만 원이 나가고, 두 번째 달은 20만 원이 나간다. 세 번째 달은 30만 원이 나가는 식으로 점점 늘어난다. 한 달에 한 번씩 적금을 들다가 힘들어질 때가 올 수 있다. 그럼 그 달부터는 적금을 추가로 들지 않고 쉰다. 이렇게 1년 혹은 6개월을 하면 본인에게 맞는 저축금액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12개월을 기준으로 적금을 들었다면, 11개월쯤에는 한 달에 110만 원이 나가게 된다. 마지막 달은 120만 원이 적금으로 나가니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한 달에 한 번씩 적금과 월급이 함께 들어온다. 결국 적금으로 모은 돈이 다시 적금으로 들어가며 적금이 순환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10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손에 들어온다. 이 적금 방법을 시작했을 때, 10개월쯤 되니 아찔했다. 다음 달 나가는 돈이 110만 원이라고? 적금으로만? 시작했던 10만 원 적금에 비해 11배나 많은 금액이었다. 내가 시작했으니 어쩌겠는가 내가 책임져야 한다. 110만 원이 나갈 거라는 사실이 돌처럼 무겁긴 했지만 첫 달에 10만 원밖에 적금하지 않아서 통장에 남은 금액이 꽤 있었다. 그래서 숫자는 커 보였지만 실제로 가사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만약 내가 2년, 3년 길게 적금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사회에 들어와 첫 직장을 가지고 오래 동안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지의 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쉬어야 할 때도 있다. 혹은 코로나 때문에 월급이 작아지는 사람도 있다. 상황은 언제나 변하고 2년이라는 시간은 꽤나 길다. 중간에 해지를 해버리면 되지 않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해지의 순간 저축에서 오는 성취감이 사라진다. 돈을 모은다는 행위가 지치고 힘든 과정이 된다면 앞으로 고난길이 펼쳐지는 거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주변의 조언을 맹신했다면 큰 사고를 쳤을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이렇게 돈을 모았대, 한 달에 100씩 모았대, 그 정도는 모아야지? 같은 발언으로 슬슬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다 우연이 역린을 건드리면 나도 모르게 욱 해버린다. 내가 그 정도도 못 모을 줄 알고? 그렇게 적금으로 다 빠져나가 한 달에 한번 치킨 사 먹는 일도 쩔쩔매는 직장인이 되어 우울감에 빠지는 일은 아주 쉽다.


분명 돈을 벌고 있는데 우울하다. 내 돈을 쓰는데 저축하지 못해 죄책감마저 든다. 하물며 적금통장을 바라보면 치킨이 주는 행복을 버리고 택한 게 겨우 1년에 1000만 원? 집은 1억을 넘게 호가하고 서울 집은 10억이 기본이라고들 한다. 10년을 이렇게 모아도 살 수가 없으니 점점 우울의 수레바퀴로 굴러 동굴로 들어가는 수순이다.


추가로 첫 직장이 일명 블랙기업이라면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적금 때문에, 혹은 돈을 모아야 해서 나를 죽이고 회사에 나가는 일도 더러 생긴다. 일을 다닐 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돈을 모으는 이유는 질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내 삶을 위해 집이 필요한 거지, 집을 위해 내가 필요하진 않다. 가끔 돈을 모으다 보면 모으는데만 급급해서 주체를 잊어버리곤 했다. 나를 위해서 모으는 돈인데 잠시 놓치면 나를 옥죄며 절약하느라 고단하고 우울하고 공격하기까지 했으니. 그럴 때마다 내 머리에 사는 쥐 한 마리가 뇌를 갉아먹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적금 때문에, 나를 이 정도도 못 버는 놈으로 만들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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