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전세 쉬운 매매, 나는 20대였다_3

집 사려면 돈 많이 모아야 하나요?

by 첨chum


집 값 좀 있으면 떨어질 건데? 왜 지금사?


내가 집을 사기로 결정 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집값이 떨어질 참인데 가장 높은 지금 왜 매매를 하냐는 것이다. 당시에는 뉴스에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으로 한 차례 이슈였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금액과 비슷해지며 불안감이 상승한 탓이다. 부동산 규제라던가 하는 말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주장이 많았다.




전세보증금 > 매매금액?


전세보증금이 매매금액보다 천만 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필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집 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아진다면 집주인은 집을 팔아도 당신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하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일도 허다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골치 아프다" 그리고 "엮이기 싫다"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봤다.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전세보증금을 저당 잡힌 세입자와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는 집주인이 공존한다. 만약 이 시기에 집값이 떨어진다면 모두에게 불행이다. 고로 집 값은 상승하거나 유지될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이 모두 한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뉴스 기사와 주변 지인들은 집값이 최고로 오른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며 회유했다. 아무래도 20대인 내 친구들은 부동산 시장보다는 생맥주 가격을 잘 알았으므로. 내가 조언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으나 묘했다. 왜 다들 나를 말리는 걸까. 모두가 한결같이 말한다면 한 번쯤 고려해본다. 아 혹시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도 고민 중이라면 모두가 말리는 길은 제고해보길 바란다)


"살집이 필요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짧았다. 나와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함께 살 집이 필요했다. 집값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알바 아니다. 당장 두 발 뻗고 편하게 살 공간이 필요했다. 기왕이면 안정적이고 기간이 길면 좋다. 당장 전세를 들어가자니 전세보증금이 높아 위험했기에 결국 결심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난 뒤 마음속에는 악마가 살기 시작했다. 불안해질 때마다 내 귀에 속삭여주는 귀여운 친구다. 혹시 집값이 너무 떨어지면 어쩌지? 밤잠을 설칠 때마다 간지러운 목소리를 낸다. "네가 살 수 있는 집은 겨우 1억 몇천이야. 그게 떨어지면 얼마나 떨어지겠니?" 간악한 악마 덕분에 대출 기간 동안 불안감을 버텨냈다.


그럼 다들 궁금할 것이다. 얼마를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얼마일까. 나는 통장을 살피며 당장 쓸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보았다. 한 번에 이체 가능한 금액이면서 없어져도 내 삶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추렸다. 모은다고 모았는데 이것뿐인가. 내 문제가 아니라 이 지긋지긋한 사회를 손가락질하고 싶었다. 다 돈이 문제다. 통장 잔고를 세어보자마자 주마등처럼 써재겼던 카드값이 떠올랐다. 다 내가 먹고 내가 썼다. 누굴 탓하겠는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저축을 해야 한다고. 뭐 때문에 돈을 모아야 하는 걸까. 노후를 위해, 혹은 내 미래를 위해 하는 저축은 충분히 값지다. 또 돈을 모으는 과정만으로 행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적 없는 저축은 죄책감이 되기도 했다. 남들은 어떻게 돈을 모으는 건지 신기할 정도로 나만 작은 우물 속에 갇혔다. 정해놓은 식비 이상으로 지출한 달에는 달달한 에이드마저 마시기 어려웠다. 다들 이 정도는 모은다던데. 제일 줄이기 쉬운 식비를 조절하니 일상 속 질이 뚝 떨어져 갔다. 겨우 5000원도 안 하는 에이드를 고를까 말까 고민하는 점심은 비참하기까지 했다.


사회초년생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또 저질렀다. 한 달에 10만 원도 못 쓰던 내가 갑자기 200만 원을 쓰자니 실수를 할 수밖에! 나는 내 분수도 모르고 남들에게 맞추어 저축하고 소비했다. 많이 벌면 많이 저축하고 많이 쓴다. 적게 벌면 적게 쓰고 적게 저축하면 된다.


한 달에 10만 원도 좋다. 땅에 버려도 될 정도로 가벼운 금액이면 더 좋다. 저축은 삶의 부담이 되어서도, 위협해서도 안된다. 솔직히 나는 백 원 이백 원에 연연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가끔은 에이드도 마시고 좋은 일이 생기면 커피도 쏘고 싶다. 내 소비성향을 인정하니 저축하기 한결 쉬워지더라.


만약 당신도 소비나 저축이 어렵고 힘들다면 내가 할뻔한 실수모음집을 보고 넘어가시라.


내가 할 뻔한 실수 모음(다행히 안 한 것들)
월급의 반을 저축하기
2년, 3년 길게 적금 들기
조언을 맹신하기


등등 이 외에도 많지만 3가지로 추렸다. 이게 왜 실수이냐 하면 말이 길어지니 다음 챕터에서 계속해보겠다. 아, 참고로 내가 당시 2-3년동안 모은 금액은 약 3600만이었다. (놀랍게도 이 금액으로 집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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