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기는 위로를 싣고...
'미쳤네!'
'미친...!'
요새 아이들이 자주 쓰는 감탄사이다.
그리고 영화 <탑건: 매버릭>을 보고 나오며 나도 모르게 외쳐졌다. '미쳤네!'
매버릭은 36년 전 저세상 외모를 자랑하던 미남 중의 미남 청년이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소녀였지만 말이다.
부리부리한 두 눈 사이로 이상하리만치 오뚝하게 선 굵은 콧날의 세계 최고 파일럿은 오토바이를 타고 활주를 달리거나, 위험 무쌍한 비행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모두를 매료시켰었다.
그랬던 그의 나이가 이제 60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름이 잔뜩 묻은 하얀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쫙 갈라진 근육 팔뚝의 매버릭은 그냥 그때의 매버릭이었다.
미쳤다. 진짜...
나사를 조이는 중년과 노년 사이의 매버릭, 미친 멋짐으로 시작부터 모두를 깜놀시켰다. 여전히 전투기와 경주하며 활주로를 질주하고, 젊은이들을 압도하는 조종 실력으로 전편보다 더욱 멋지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새겨버렸다.
레전드, 매버릭 완전 미쳤다!
1편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장면들과 분위기들에 취해 있을 무렵 30여 년 전 해군 최신 전투기였던 F-14기도 날아올랐다. 열정적인 훈련과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도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황금빛 도로와 눈부신 해변도 빛바랜 사진들과 함께 계속 있었다.
다만 내가 변하고 있다. 아주 많이...
마하 9, 마하 10... 점점 빨리...
나이 들어가고 있고, 변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한계를 뛰어넘는 작전 수행으로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졌지만, 내 시간은 오히려 멈춘 듯하다가, 아주 천천히 흐르다가, 기어이 과거의 나를 불러내 전투기에도 태워줬다가 오토바이에도 태워줬다.
변함없는 것도 있고, 변해야 할 것도 있다는 것도 알려주는 것도 같았다. 추억의 향기가 너무 짙고 강렬해서 나는 이미 무장해제된 상태였다.
탑건 1의 'Take my breath away'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그 노래로 영화가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선물이라 생각하며 즐겼다. 그리고 계속해서 영화를 채워가는 웅장한 음악들 때문에 함께 설레고, 긴장됐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So cry tonight
But don’t you let go of my hand
You can cry every last tear
I won’t leave ‘til I understand
Promise me, just hold my hand~"
향수와 멋짐에 빠져 허우적대겠노라 다짐하면서 영화를 봤건만 영화 ost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와 함께 영화 속 멋진 파일럿들은 이 노래와 함께 나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울어도 된다고...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어도 된다고...
이해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자기 손만 꼭 잡고 있으라고" 내내 위로해 주었다.
고개를 들라고 말해주고, 포기하지 말라고...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도 다 보여주겠다고...
손을 꼬옥 잡으라고 위로해 주었다.
"우린 한계를 극복해야 해. 그게 우리 임무지!"
<탑건 1>에 나오는 바이퍼 교관의 명대사는 <탑건: 매버릭>에서도 계속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도 그러해야 한다는 대사 아니 'order'처럼 들렸다.
"It's not the plane, It's the pilot!"
한계에 도달했을 때 비행기를 탓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파일럿이 중요다고 자꾸 강조한다. 그렇다.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렸고, 환경이나 손에 쥐고 있는 것 따위 중요하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늘 잊지 말고, 믿어줘야 한다.
"Don't think, Just do it!"
가끔은 무지성도 필요하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느낌이 오면 그대로 직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목표에 정조준해지고, 작전을 수행해낼지도 모르니까.
"A man, the legend!"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매버릭과 탑건의 우수한 파일럿들처럼 레전드가 될 것이다. 이미 레전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날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공한 사람들은 늘 아침마다 확언의 말을 쓴다고 한다. 탑건: 매버릭에 꽂혀버린 오늘은 매버릭 식으로 확언을 해본다.
나는 전설이 된다.
나는 유능한 파일럿이다.
나는 유능한 파일럿이 되어 전설이 된다.
나는 비행기를 탓하지 않는 전설의 파일럿이다.
나는 한계를 모르는 전설의 파일럿이 되어가고 있다.
적어도 내 인생은 마음껏 날아다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