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과 히드로공항 사이
하늘에서 여덟 시간을 덤으로 얻었다.
좋아라 블레넘궁을 다녀오고
웨스트민스트 사원 앞에서 처칠과 사진을 찍고
템즈강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도버해협을 건너며 한 시간을 되돌려줄 땐
그런가 보다 했다.
몽마르트르와 샹젤리제에서, 센강에서,
융프라우에서, 베네치아와 바티칸에서···
변함 없이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노을이 붉었다.
로마 공항에서 지친 육신을 밤 비행기에 싣고
해뜨면 서울이겠구나 했다.
아, 그러나 서울의 해는
막상 서쪽 하늘에 걸렸고
지하철엔 하루 일을 마친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로마와 인천 사이 밤하늘 어딘가로
남은 일곱 시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간은 내 사정을 상관하지 않았다.
시간은 더 주지도 빼앗지도 않고,
어딘가를 향해 속절없이 질주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