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폭식증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해 써보는 폭식증 일기. 과거의 일을 더듬어가며 정리하는거라 회고록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회고라고 하기에도 거창한 느낌이라 일기라고 칭해봤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다이어트 강박이 성인이 된 이후 더 심해져 대학생활 내내 제거형 폭식증(폭식하고 토하는 식이장애)과 함께 했다. 5년간 폭식증과 거의 매일을 동고동락하다가 해외 교환학생을 계기로 점차 폭식증과 멀어지나 했는데, 감정이 바닥을 칠 때마다 폭식증에 잡아먹히곤 했다.
한 번에 싹 고치고 '폭식증 고치기 정말 쉬웠어요! 다들 이런 방법으로 고쳐보세요!' 말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폭식증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고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도 3년을 질척거리는 관계를 유지하다가 겨우 폭식증과 이별할 수 있었다.
8년이라는 시간을 폭식증에 시달리고 나니, 폭식증으로 힘들어하거나 다이어트 강박이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기 탓을 하거나 자기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겐 그 강을 건너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다. 다이어트의 늪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다이어트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
강박 없이 먹을 건 먹고 적당히 운동하는 다이어트는 문제가 없다. 내가 말리고 싶은 건 과도하게 식단을 제한하거나 굶거나 하는 다이어트다. 있는 그대로 젊고 예뻤을 시기를 외모강박과 폭식증으로 보냈던 게 아직까지도 후회가 되곤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폭식증 일대기는 폭식증을 겪었던 한 사람의 기록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고통 속에 있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