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덩치가 컸다. 4.8kg으로 태어났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 지난 아기 같았다며, 이런 말은 창피하니 어디 가서 하지 말라고 종종 얘기했었다. 처음 그 얘길 들었을 때는 우량아였다는 사실이 상처도 아니었고 오히려 특별한 것 같아 좋았는데, 사람들 앞에서 엄마가 우스갯소리로 징그러웠다고 얘기하거나 창피하다고 할 때마다 긍정적이었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나도 보통 아이들과 같이 작고 예쁘게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게 태어나서 그런지 키도 빨리 자라서 어딜 가도 내가 가장 컸다. 어린이집에서도 항상 맨 뒤를 차지했고, 초등학교 때도 키순으로 서게 되면 맨 뒷자리는 당연히 내 차지였다. 초등학교 내내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키가 유난히 큰 것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놀림거리였기에 단점이라고 여겼다.
키만 컸으면 좋았겠지만, 먹는 걸 좋아하고 식탐도 있었다. 저녁마다 할머니가 양푼에 나물 넣고 밥 두 공기씩 비벼주면 싹싹 긁어먹었고, 후식으로 과일은 필수였다. 맛있는 걸 먹는 건 내 행복 중 하나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왜인지 집 찬장에 새우탕면 컵라면이 한가득 쌓여있어 학원 가기 전마다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면 용돈을 털어 친구들과 함께 삼각김밥이나 간식을 사 먹었다. 그렇게 먹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도 먹었다. 먹는 양도 많고, 가리지 않고 먹다 보니 중학교 올라갈 즈음에는 살이 좀 올라서 통통해졌다. 이미 초등학교 졸업할 즈음 키는 168 정도였고, 몸무게는 67킬로까지 쪘었다. 덩치가 좀 있어도 먹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살이 좀 찌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른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아빠가 나를 장난스레 돼지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살찌니까 많이 먹지 말라는 말을 하셨다. 우리 집이 큰집이었기 때문에 제삿날이나 명절이 되면 친척들이 집으로 오곤 했는데, 친척 어른들도 얼굴이 동그래졌다고 한 마디씩 얹는 와중에 평소 잘해주던 친척오빠까지 살 좀 빼야겠다는 소리를 했다.
살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웃으며 넘겼지만 속으론 상처받았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내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튀어나온 뱃살이나 굵은 다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뚱뚱한 몸도 아니었는데, 걱정을 가장한 어른들의 말에 내 몸을 싫어하게 되었다.
TV에서는 소녀시대 같은 예쁘고 마른 걸그룹들이 나왔고, 당장 학교 안에서만 봐도 같은 교복을 입었는데 태가 나고 늘씬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니 '왜 다른 사람들처럼 날씬하고 예쁘지 못할까, 나도 마른 체질이었다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결국 "그래 내가 더러워서 뺀다!!"라는 울분 섞인 마음으로 중학교 2학년쯤 첫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끝없는 다이어트의 시작이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