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처음 시작된 다이어트 강박

밥 반공기와 칼로리

by 단우

살을 빼려고 결심했지만 다이어트 방법이 그리 다양하지 않을 때여서(웰빙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무작정 먹는 양을 줄였다. 무조건 밥은 반공기만 먹었다. 할머니는 살 빼라고 하면서도 내가 밥을 적게 푸면 자꾸 더 주려고 하셨다. 어쩌다 할머니가 많이 퍼주시면 다시 밥솥에다 반을 덜고 먹었다. 급식을 먹을 때에도 무조건 밥을 조금만 달라고 하고, 조금 달라고 한 밥에서 또 반을 갈라 남겼다.


저녁시간에는 윗몸일으키기를 하거나, 학교 운동장에 나가 달리거나, 집 앞에서 줄넘기를 하거나 하는 등 꼭 운동을 하려고 했다. 동네 친구와 시간이 맞으면 밤마다 한두 시간씩 산책 겸 나가서 걸었다. 먹는 양을 확 줄이고 활동은 많이 하니 살이 쭉쭉 빠졌다. 거의 10kg 넘게 감량에 성공했다. 키는 더 자라서 170이 되었고 몸무게는 55킬로가 되었다. 다리는 생각처럼 얇아지진 않았지만 뱃살이 다 빠져서 근육이 살짝 보일정도가 되었다. 상체 살이 빠져서 그런지 덩치가 확실히 줄어 보였다.


살이 확 빠지니 어른들이 나를 대하는 반응이 달라졌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라서 어디다 쓰냐며 더 먹으라고 음식을 권했고, 명절에 만난 친척오빠도 살이 많이 빠졌다며 신기해했다. 아빠와 별거 중이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엄마도 오랜만에 살 빠진 내 모습을 보고 예뻐졌다고, 살 빠지니까 자기랑 좀 닮은 것 같다며 좋아했다. 평소 엄마는 내가 아빠와 닮아서 머리가 크다는 이야길 자주 했기에, 엄마입으로 엄마와 닮은 것 같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저 기뻤다.


어른들의 이런 관심이 좋았고,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잠시간은 행복했다. 살쪘을 때는 그렇게 먹지 말라던 음식을 살 빼고 나니 먹으라고 권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그렇게 권해서 또 먹고 살찌면 뭐라고 할 거면서...'라는 생각에 절대 더 먹지 않았다.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게 좋다 보니 다이어트를 계속했다. 더 마르고 싶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살 빼는 법을 검색해서 정보를 모으다 보니 먹으면 살찌는 음식이 너무나 많았다. 한 달에 한 번 아빠의 월급날이면 치킨을 먹곤 했는데, 치킨 튀김옷도 살찐다고 해서 튀김옷이 맛없는 척하며 벗겨내고 살코기만 먹었다. 원래 국물 음식도 좋아했고 밥을 말아먹기도 했었는데, 국물이 다이어트에 안 좋다는 글을 본 뒤로 건더기만 건져먹기 시작했다.


또 '칼로리'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서 생각 없이 먹던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칼로리를 보고 고르게 되었다. 고민되는 게 있다면 무조건 칼로리가 더 낮은 걸 택했다. 고칼로리로 유명한 다이제라는 과자를 정말 좋아했는데, 칼로리를 알고 나니 손이 가지 않았다. 부모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구구콘이나 월드콘 같은 콘아이스크림을 고르곤 했는데, 칼로리를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칼로리가 낮은 바아이스크림을 고르게 되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외면하게 되었고, 맛있게 먹던 음식들도 더는 맛있게 먹을 수 없었다. 먹을 때마다 살이 찔 거라는 불안감과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식사를 제한하고 활동은 활동대로 하니 몸무게는 51kg까지 빠졌고 배가 정말 납작해졌다. 다리는 타고나길 근육형으로 타고나서 엄청 얇아지진 않았지만,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당시 여자 연예인들의 프로필상 몸무게는 48~49kg인 경우가 많았는데 나도 그 정도까지 살을 빼고 싶었다.


이렇게 먹는 양을 제한하고 적게 먹어버릇하니 생리가 엄청 불규칙적이고, 양도 들쑥날쑥했다. 생리를 건너뛰는 달도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저 마른 내 몸이 너무 좋았다. 이유도 모르고 좋아했다. 남들이 다 이 모습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상체가 마르니 하체도 더 얇아졌으면 했다. 모든 음식을 살 때 칼로리를 확인하는 강박이 생겼고, 뭘 먹든 남겨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다 먹고 싶어도 꾹 참고 나는 적게 먹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남겼던 것 같다.


고등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몸무게를 잘 유지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잘 지켜오던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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