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순간, 물속의 고요가 갈라졌다.

논둑은 햇살에 데워진 흙냄새를 품고 낮게 이어져 있었다. 가장자리는 아이들 발에 밟혀 살짝 무너졌고, 그 틈 사이로 맑은 물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물은 투명해 바닥의 자갈과 수초가 또렷이 보였고, 흐름은 느리지만 끊임없이 잔물결을 일으켰다. 바람이 스치면 벼 이삭이 한 방향으로 쓸리듯 기울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화로웠다. 그러나 물가에는 작은 전쟁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아이의 손끝에서 강아지풀이 가늘게 떨렸다. 연둣빛 이삭은 햇빛을 받아 보드랍게 빛났고, 수많은 잔털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이는 숨을 삼킨 채 줄기를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물 가까이 다가간 강아지풀은 마치 스스로 물 위를 더듬는 작은 생명처럼 보였다.

강아지풀은 가느다란 줄기 끝에 통통한 이삭을 매달고 있었고, 그 이삭은 수천 개의 미세한 털이 모여 이루어진 부드러운 숲 같았다. 햇빛을 받으면 연노랑에서 연초록으로 색이 미묘하게 스며 바뀌었고, 물 가까이 내려온 부분은 살짝 젖어 더 짙은 빛을 띠었다. 털 끝에 맺힌 작은 물방울 하나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떨렸다. 바람이 스치자 이삭은 가볍게 흔들렸고, 그 움직임은 살아 있는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여 먹이를 찾는 눈에는 충분한 유혹이 되었다. 아이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이 강아지풀을 더욱 생동하게 만들고, 그 흔들림이 개구리의 본능을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고 있었다.

순간, 물속의 고요가 갈라졌다.

논개구리 한 마리가 번쩍이며 솟구쳤다. 초록 몸은 물기를 머금어 윤이 났고, 검은 점무늬는 햇빛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살아났다. 커다랗게 튀어나온 눈은 둥글게 부풀어 강아지풀 끝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입이 벌어지는 순간, 젖은 분홍빛 입안이 번쩍 드러났다. 논개구리는 망설임 없이 강아지풀을 덮쳤다. 그것은 배고픔이라기보다, 움직이는 것을 향해 곧장 튀어 오르는 본능의 돌진이었다. 짧은 파문이 물 위에 퍼졌다. 물방울이 햇빛 속으로 튀어 올라 작은 유리 조각처럼 반짝였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제야 아이들의 웃음이 터졌다. 논둑 위에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던 친구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햇살보다 더 환한 기쁨이 번져 있었다.

강아지풀은 그 작은 입에 물린 채 가볍게 흔들렸다. 부드러운 이삭의 털들이 젖은 입가에 눌리며 미세하게 떨렸다. 잠깐의 물보라가 햇빛 속으로 흩어졌다. 둥근 파문이 조용히 퍼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바람이 다시 논을 스쳐 갔다. 벼 이삭이 한쪽으로 쓸리듯 기울었다가 천천히 돌아왔고, 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잔잔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의 여름은, 바로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오래도록 빛나고 있었다.

All at once, the stillness beneath the water broke.

A paddy frog leapt, seizing the foxtail without a moment’s hesitation. It was less hunger than instinct—a sudden, unthinking surge toward whatever stirred....The wind passed over the rice field again. The heavy heads of rice bent together in one direction and slowly lifted back. The water soon grew calm, as though nothing had ever disturbed it.

Yet the children’s summer remained there, still shining in that brief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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