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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003 장국영, 또 하나의 별이 지다

장국영 - 당년정(當年情)

by BeyondNietzsche

과거의 오늘 음악계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뮤직 타임리프(Time Leap- Time과 Replay의 합성어)로 2003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2003년 4월 1일


오늘은 만우절 거짓말처럼 홍콩배우 장국영이 우리에게서 안개처럼 사라진 날입니다.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투신 자살을 한 안타까운 날이죠. 그는 80년대 말 90년대 홍콩느와르가 최고였던 시절 주윤발, 유덕화 등과 함께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배우 겸 가수 입니다.(*느와르영화 - 불어 Noir(느와르)는 '검은'이란 뜻으로 검은세계, 즉 범죄나 폭력을 다루는 액션영화의 장르)


홍콩 느와르 흥행 초기인 1987년 우리나라에 정식개봉관 조차 없이 개봉되었던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은 그 시절 동시상영관에서 개봉하는 다른 홍콩영화들과 그리 다를 바 없는 대우를 받다가 요즘 VOD 같은 역할을 하는 비디오(VHS)로 출시되게 되는데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바바리 코트에 선글래스를 낀 주율발이 스타덤에 오르면서 이 영화는 역주행을 하게 되고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장국영도 재조명되게 됩니다.



필자도 90년 장국영을 너무 사랑하는 왕팬 친구 덕에 처음으로 비디오로 장국영을 보게 됩니다. 남성미 뿜는 주윤발에 비해 여리여리하면서 귀공자같은 외모를 가진 장국영은 여자팬이 막강히 많았었답니다. 필자도 그 시절 장국영 스타일로 머리가 짧았는데 필자가 장국영처럼 보였는지 여중 후배 중 필자를 좋아한다고 선물과 편지를 보내왔던 팬들이 몇 있었습니다. --; 아무튼, 장국영이 영화에서 직접 불렀던 곡을 한 번 들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slb-4529BMs

장국영 - 영화 영웅본색 중 '당년정(當年情)'


이 인기에 힘입어 장국영은 자신이 부른 곡을 CM으로 우리나라 한 제과의 초콜릿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sDNeqTNiAQ&t=35s

장국영 - 리온 투유 초코렛 광고 (1989)


중국어 버전으로도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oz4lliWHjMk

장국영 - TO You(만다린어 버전)


그 시절 홍콩영화의 제목은 마치 4자성어처럼 한자 네 자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았는데요. 91년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이라는 4자성어같은 제목의 영화에 출연하게 됩니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탓에 사랑을 의심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쓸쓸한 관계를 묘사했던 영화로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때문인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홍콩 최고권위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장국영을 비롯해 장만옥, 유덕화, 양조위, 유가령 등 홍콩의 스타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기도 했답니다. 오래되어서 영화는 제대로 기억 안나도 장국영이 속옷만 걸치고 맘보춤을 추는 장면은 모두가 기억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aRBLT9MDXE

영화 아비정전 중


그러다가 장국영은 혹시 그가 동성애자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한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데 바로 경극을 하는 두 남자의 사랑과 질투를 그린 '패왕별희'입니다. 개인적으로 장국영의 영화 중 최고로 꼽는 작품입니다.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웠던 장국영의 모습을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0kA7sSBH93o

장국영 - 패왕별희 중


97년은 장국영에게 특별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패왕별희의 경극에서 여자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자신의 성향을 발견하게 되었을까요? 장국영은 그 해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고 하이힐을 신고 한 콘서트에서 남자 애인 탕허더와 함께 나타났으며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동성간의 사랑을 그린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아들이 커밍아웃을 밝혀서일까요? 그 다음 해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죠. 콘서트 때 어머니에게 바친다고 했던 첨밀밀 OST로 유명한 월량대표아적심을 감상해 보시죠.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하네)


https://www.youtube.com/watch?v=kAtuAHpbvyg

장국영 - 월량대표아적심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노래와 영화만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살아있는 자들을 위로해 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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