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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79 1FM, 전파를 타다

제시 노먼 - Amazing Grace

by BeyondNietzsche

과거의 오늘 음악계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뮤직 타임리프(Time Leap- Time과 Replay의 합성어)로 1979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1979년 4월 2일


오늘은 클래식 음악 전문 라디오 채널 KBS 제 1FM이 처음으로 방송을 개시한 날입니다. 지금처럼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해 바로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던 시절, 클래식을 좋아했던 필자에게 1FM은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였답니다. 그간 DJ는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클래식의 변치 않는 가치처럼 프로그램은 거의 변경되지 않았다는 것이 1FM 방송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필자는 그중 'FM 실황 음악'과 '노래의 날개 위에'를 가장 즐겨 청취했었습니다. 오늘은 '노래의 날개 위에'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함께 음악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우선 프로그램의 제목은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는 곡인 멘델스존의 이 곡에서 차용해 온 듯. 멘델스존의 작품번호 34의 가곡 중 하나인 이곡은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며 음악가 리스트에 의해 편곡되어 우리들의 귀에 가장 익숙한 멘델스존의 곡 중 하나로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로 편곡되어 자주 연주되기도 한답니다. 음악과 함께 유토피아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하이네의 시도 한 번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UnIje_MJmfY

멘덴스존 - 노래의 날개 위에


노래의 날개 위에


노래의 날개 위에
사랑하는 이여, 내 그대를 실어 나르오리.
저 멀리 갠지스강의 평원으로

거기 너무도 아름다운 곳을 내가 알고 있다오


그곳에는 붉은 꽃 피어나는 정원이
고요한 달빛 아래 놓여있고,
연꽃들이 다정한 자매를 기다리고 있다오.


제비꽃들은 키득거리며 애무하며,
저 높이 별들을 바라보는데
장미들은 은밀히 향기로운 이야기를
서로의 귓속에 소곤거리네요


온순하고 영리한 영양(羚羊)들,
이리저리 뛰놀며 귀를 기울이고요.

그리고 먼 곳에서 성스러운 강물결이 쏴쏴 소리 낸답니다.


우리 거기 야자나무 아래 함께 누워요.

그리고는 사랑과 평온을 마셔요.

그리고는 행복한 꿈을 꾸어요.

행복한 꿈을 꾸어요.

(가사 출처: 인터넷)


필자는 1FM을 청취하며 딱 두 번 사연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100%의 확률로 공연 초대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답니다. 처음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공연에 두 번째엔 바버라 핸드릭스, 캐서린 베틀과 함께 세계 3대 흑인 소프라노로 일컬어지는 제시 노먼의 콘서트에 당첨이 된 것입니다. 2001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시 노먼을 처음 보았을 때 우선 기골이 장대한 풍채에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무려 키가 180cm에 몸무게도 100kg는 거뜬히 넘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몸 자체가 울림통이 되어 그녀가 쏟아내는 엄청난 성량과 풍부한 표현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그때 필자는 남자 성악가에 원탑이 파바로티라면 여자 성악가의 그 자리엔 제시 노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아쉽게도 유투브 영상으로 그때의 그 감동을 전부 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간접적으로나마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do5ZmQQM8AE

제시 노먼 - 아베 마리아


그녀는 85년 레이건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89년 프랑스 초청으로 파리 콩코드 궁에서 프랑스 국가를 노래하기도 했으며 2002년 3월에는 미국의 911 테러를 기리기 위해 '아름다운 미국'이라는 표제로 콘서트를 갖기도 했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백인들의 목소리와 비교하여 어두운 빛깔을 지니고 있고 아침, 점심, 저녁 중 하나로 비유하자면 석양이 지는 저녁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명창들만이 가지고 있는'한'이 어린 목소리처럼 흑인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영혼의 깊은 내면까지 흔드는 마력을 지닌 그녀의 어메이징한 목소리로 다음 곡을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NZKrjJCpdJU

제시 노먼 - Amazing Grace


여러 모로 1FM 수혜자였던 필자도 음원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가끔 차로 이동 중일 때를 제외하곤 1FM 클래식 방송과 소원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살짝 흐린 오늘은 미안함과 감사의 뜻으로 지난날을 추억하며 하루 종일 1FM을 정주행 해 볼까 해요. ‘장일범의 가정음악’이 나올 시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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