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그는 명령했고, 그들은 멈췄다

한 사람의 권력을 막기 위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의 용기

by 나그네 한

사진 출처: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821712



“헌법과 계엄법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계엄이 해제되고 나라가 다시 숨을 고르기 시작한 다음 날부터 사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마치 어둠 속에서 손을 뻗듯 누군가가 말문을 열었고, 그 말은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놀랍게도 그 고백의 주인공들은 윤석열 정권 하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이들이었다. 대통령의 뜻을 가장 가까이에서 따르던 사람들이었다.


어느 군 지휘관은 카메라 앞에서 흐느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부하들에게 전달했던 일을 후회하며 고백했다.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당시에는 그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물 속에는 무너진 자존감과 깊은 자책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꺼낸 말은 우리 모두를 멈춰 서게 했다.


사진 출처: https://www.1g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7510


“나 대통령 좋아했습니다. 그의 말이라면 모든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지요. 그가 내린 명령은... 북한의 보위국이 하는 짓이지요.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그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탄핵되었던 인물이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다시 국정원에 복귀한, 어찌 보면 윤석열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은혜의 무게보다, 진실 앞에서 양심이 무너지는 고통이 더 컸던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 선거를 함께 치렀던 사람들, 언론에 자주 나왔던 이들조차 잇따라 고백했다. 그들은 대중 앞에서 “나는 그날,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라고 말했고, “대통령이 법 위에 서려고 했습니다. 그를 막지 못한 책임은 저에게도 있습니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모두 윤석열의 사람이었고, 많은 경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었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자리를 버리고 진실을 택했다.


왜였을까.
그들의 말속에는 한 가지 공통된 감정이 있었다.

"더는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절박함."


그들은 이리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커리어는 이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본다면, 앞으로 어떤 커리어도, 어떤 자부심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런 그들의 얼굴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과연 나라면, 그들처럼 말할 수 있었을까?

30년 넘게 쌓아온 경력을 내려놓고,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을 각오를 하고, 자신이 믿고 따랐던 사람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주 작은 불의함 앞에서도 자주 침묵해 왔다. 내 주변의 안전, 내 자녀의 미래, 내 하루하루의 평온함을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수없이 말해왔다.


하지만 그 소수의 양심 고백이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있다. 대다수는 여전히 침묵했지만, 그 소수는 말하기를 선택했다. 한 명, 두 명의 고백은 점점 큰 흐름이 되었고, 그것은 결국 대통령의 권력이 절대가 될 수 없다는 단단한 선을 그었다.


우리는 종종 민주주의를 제도로 착각한다. 헌법이 있고, 국회가 있고, 사법부가 있으니 괜찮다고. 그러나 진짜 민주주의는 '그 제도를 지키는 사람들'의 용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국회를 지키는 것은 병력이 아닌, 병력에게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양심이고, 헌법을 지키는 것은 판결이 아니라 판결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선택이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가지 문장을 자주 되뇐다.

한 사람의 권력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 ‘많은 사람’은 꼭 다수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이라는 말은 때로는 그만큼의 무게와 책임, 고통과 두려움을 감수한 사람들의 깊이를 뜻한다. 그리고 그날, 그런 깊이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나의 질문은 바뀌었다.
“나라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침묵하고 있는가?”로.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날의 진실’을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지 모른다. 그가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실을 말한 이들을 지켜보며 손뼉 치는 일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 말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살아난다.
그리고 그런 용기들이 모여,
다시는 한 사람의 권력이 나라 전체를 휘두르지 못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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