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제자들과 망설임을 지나, 빛을 향해 걷는 사람
사람들은 말했다.
그날, 산에서 내려온 이들을 기다리던 군중이 있었다고.
아직 하늘은 푸르게 열리지 않았고, 햇살은 먼지 낀 길바닥에 겨우 스며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람들은 앞다투어 길목을 메웠다. 나는 상상해 본다. 그 먼지바람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며 그를 기다렸을까. 희미한 기대였을까, 간절한 절망이었을까.
그들 중에는 비틀거리며 아이를 품에 안고 나온 사내가 있었다고 했다. 얼굴은 사색이었고, 외투 자락은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군중을 가르며 뛰어들던 그 사내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 사내가 외쳤다고 들었다.
"선생님, 제 아들을 좀... 제발 봐주십시오."
아이를 본 이들은 그 참혹한 모습을 잊지 못했다. 어린 몸뚱이는 축 늘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굳은 거품이 말라붙어 있었다. 경련으로 몸에 난 상처들도 선명했다고 한다. 나는 조용히 기록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 이 어린 생명에게 드리운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며.
그 사내는 또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졌다.
"귀신이 아이를 덮치기만 하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몸을 떨며 상처를 입습니다. 제자들에게 부탁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절망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부끄러움과 분노, 체념이 뒤섞인 외침. 무언가를 붙들고 싶은데 붙들 수 없는 자의 떨리는 손. 그때, 군중 너머에서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고 들었다.
"이 믿음 없고 비뚤어진 세대여.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하며, 이런 괴로움을 참아야 하겠느냐."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의 공기를 느끼려 애썼다. 뜨거운 숨결과 조용한 긴장,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아이를 품은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데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도 아이는 또 한 번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다. 바닥에 넘어져 몸을 뒤틀던 아이를 보며, 많은 이들이 얼굴을 돌렸고, 몇몇은 놀라 손으로 입을 막았다고 전해졌다.
그는 조용히 다가가 아이를 괴롭히던 어둠을 꾸짖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호했다고 했다. 그 단호함이, 칼보다 예리하게 어둠을 가르른 것이리라. 발작하던 아이의 몸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끝내 아이는 조용해졌다. 그 순간, 군중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누군가는 한 발 물러섰고,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혔고, 또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 속삭였다고 했다.
"하느님의 위대한 능력이야..."
그 말은 곧 물결처럼 번졌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속삭임이었지만, 이내 사람들 사이를 타고 퍼지며, 놀람과 경외가 뒤섞인 웅성거림이 일어났다고 한다. 나는 그 소리를 상상해 본다. 환호가 아니라, 경건한 두려움과 놀람의 숨결. 그러나 그는 군중들의 환호나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고 들었다.
그는 제자들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잘 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머지않아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자들조차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그 뜻이 너무 어려워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나는 잠시 기록하는 손을 멈추었다. 사람들의 환호가 절정을 이룰 때, 그는 죽음을 말했다. 기적의 순간에, 그는 이별을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그였다.
그 무렵, 제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소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내가 더 크지 않나?"
"아니, 내가 선생님 곁에 더 가까이 있지 않았나?"
서로 누가 더 큰 사람인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나는 그 소란을 마음으로 들었다. 사람들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축복을 경험한 뒤에도 여전히 누가 더 높아지나를 다투는 것. 그는 다툼을 듣지 않았지만, 제자들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한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눈빛. 그는 어린아이 하나를 불렀다. 수줍게 다가온 아이를 곁에 세우고 말했다.
"이 어린아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 가장 작은 자, 그가 가장 큰 자다."
나는 이 장면을 오래 붙잡는다. 세상의 위계질서, 힘과 명예를 좇는 마음. 그 한가운데, 어린아이 하나를 불러 세웠던 그 순간. 그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그러나 곧 요한이 나섰다.
"선생님, 어떤 사람이 선생님의 이름으로 악령을 쫓아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와 함께 다니지 않기에 막았습니다."
요한은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속한 울타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욕망.
그러나 그는 이렇게 답했다.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막지 마라."
나는 이 말을 오래 곱씹었다. 자신의 진영, 자신의 무리를 넘어서는 환대. 그는 경계와 담을 허물고 있었다.
그날, 그는 먼 곳을 바라보며 길을 잡았다. 사람들은 증언했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했다고.
그는 예루살렘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는 그 결심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마도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길을 떠나며 심부름꾼들을 보냈다고 들었다. 그들은 사마리아의 한 마을로 갔다. 예수와 그의 일행을 맞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은 그를 거절했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안다.
오래전부터 사마리아인과 유다인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는 것을. 두 민족은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배척하고 미워해왔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성소를 세웠고, 예루살렘 성전만을 참된 예배의 장소로 여긴 유다인들은 그들을 이방인처럼 취급했다.
성전과 예배, 혈통과 신앙을 둘러싼 오랜 반목. 때로는 길을 가던 순례자들이 공격을 당했고, 때로는 말 없는 멸시가 골목마다 퍼져 있었다.
나는 이해한다.
그날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그와 그의 제자들을 거부한 것은, 그 깊은 상처와 불신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제자들의 분노도 이해한다.
야고보와 요한이 느낀 모욕감과 서러움,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들은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주님, 우리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저들을 태워버릴까요?"
나는 그 물음 속에서 한 시대의 아픔을 본다. 오랜 분열과 상처가, 순간의 격한 분노로 터져 나온 것이다. 그들은 엘리야를 떠올렸을 것이다. 옛날, 선지자 엘리야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대적들을 불살랐던 이야기가, 그 순간 그들의 마음을 휘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제자들을 꾸짖었다.
그들은 불을 원했지만, 그는 불을 부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길을 돌려, 다른 마을로 향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멈췄다. 힘으로 응수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분노에 보답하지 않고,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얹지 않았다. 그는 복수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길을.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보여주려 했던 길이었다.
길을 가던 중, 한 사람이 그를 향해 말했다고 했다.
"어디든지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따르겠습니다."
나는 그 말의 떨림을 느낀다. 한 사람의 결심, 그리고 어쩌면 무모할 만큼 순수한 헌신.
그는 조용히 답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
나는 이 말을 받아 적으며 오래 머문다. 이 세상에 모든 생명은 제 자리 하나쯤은 마련되어 있는데, 그조차 없는 사람. 그는 외로운 길을 가고 있었다. 화려한 환영도, 따뜻한 둥지도 없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그가 먼저 다가가 말했다고 한다.
"나를 따라오너라."
그러자 그 사람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게 해 주십시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에게 맡기고, 너는 가서 하느님 나라의 소식을 전하여라."
나는 이 말을 받아 적으며 생각했다. 삶과 죽음 사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핑곗거리를 만드는가. 사랑과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머뭇거리는가.
또 다른 이도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에 가서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게 해 주십시오."
그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그 길을 함께 걸었던 이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머뭇거림 없이, 갈 길을 걸었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모았다.
산에서 내려오던 아침부터, 예루살렘을 향하던 저녁까지.
사람들은 그의 기적을 이야기했고, 치유를 노래했지만, 내 귀에 오래 남은 것은 그의 말들이었다.
"머리 둘 곳조차 없다."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에게 맡겨라."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마라."
나는 이 말들을 천천히 다시 적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가 가르치려 했던 길이었다.
어떤 이는 말했다.
"그분은 세상을 바꿀 거야."
또 어떤 이는 기대했다.
"그를 따르면 축복을 받을 거야."
그러나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그가 보여준 길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길과는 달랐다. 더 높은 자리로 오르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걷는 길은, 텅 빈 길, 고요한 길, 어쩌면 외면당하는 길이었다.
나는 조용히 기록을 덮었다.
산에서 내려오던 아침부터, 예루살렘을 향해 걸어가던 저녁까지, 그가 남긴 발자국들을 하나하나 따라온 여정이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
서로 크기를 다투던 제자들,
하늘에서 불을 내려 달라던 이들의 분노,
그리고 가족과 안녕을 고하고 싶어 주저하던 이들.
나는 그들 속에서 그를 보았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사람들은 기적을 바라며 그를 따랐다. 힘을 기대하며, 승리를 꿈꾸며, 눈앞의 변화를 소망하며.
그러나 그는, 환호를 향해 가지 않았다.
힘을 휘두르지도 않았고, 불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걸었다.
묵묵히,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나는 그 길을 따라가려 애썼다.
그러나 걸음은 자주 머뭇거렸다.
내 안의 두려움과 기대, 체념과 욕망이 발목을 잡았다.
그를 따른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머리 둘 곳조차 없는 외로움을 감수하고, 죽음의 예감 속에서도 돌아보지 않고 걸으며, 복수를 원할 때 침묵으로 응답하고, 자신을 증명하고 싶을 때 아이 하나를 껴안는 것.
나는 다시금 그의 발자국을 더듬는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아 세우던 그 순간, 사마리아를 지나 침묵으로 길을 바꾸던 그 결단, 가장 낮은 자를 향해 몸을 굽히던 그의 걸음.
그 길은,
권력을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승리를 향한 길도 아니었다.
그의 길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기 위해,
아무도 걷고 싶어 하지 않는 어둠 한가운데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축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빛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 길을 걸었다.
돌아보지 않았다.
망설이지 않았다.
나는 먼발치에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가 사라진 그 길 위에,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흔적들을. 아직도 길은 어둡고, 바람은 거칠다. 그러나 그 길을 걸었던 한 사람의 흔적은, 나를 붙잡는다.
나는 안다.
그 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나 또한 그 길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을.
뒤돌아보지 않고,
작은 자와 함께,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나도, 그 길 어딘가에 서 있다.
위의 글은 신약 성경 "누가복음 9:37-62"을 각색해서 쓴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경책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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