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 앞에..
문 앞 불빛 하나, 새벽을 버티네요
손끝은 식어가도 이름은 뜨거워서
보내지 못한 문장, 말줄임표만 늘고
주머니 속 전화는 나보다 숨이 가빠
첫차가 깨어나는 소리 멀리서 번지고
내 발자국만 빙빙 같은 자리를 맴돌아
끝이라는 두 글자, 아직 입에 맞지 않아
돌아서려다 다시, 초인등을 바라봐요
문턱 같은 마음, 넘지 못해 서 있고
하루치 용기는 늘 밤에만 모였다가
해 뜨면 사라져요, 아무 일도 없던 듯
남은 건 떨리는 숨, 한 번의 진동
괜찮다고 말해요 나를 놓아도 된다고
그래도 한 번만 내 이름을 불러줘요
집 앞 공기처럼 차갑지 않게
우리가 남긴 시간 흩어지기 전에
읽지 않은 대화창, 파란 점이 고여서
확인하려다 말고, 미련만 확인하죠
안부라는 핑계, 끝내 누르지 못한 밤
종이컵 커피는 내 마음보다 먼저 식고
가로수 잎사귀가 바람에 뒤집히듯
내 말들도 뒤집혀 진심을 감추네요
너의 창에 비친 내 그림자 한 뼘
저 안으로 들어가 단 한 번만 서고 싶어
사랑을 덜 알았다면, 더 쉽게 놓았을까요
가볍게 스치는 계절처럼 말이죠
근데 나는 아직, 그대로 여기에
네가 두고 간 계절 끝에서
괜찮다고 말해요 내가 다 지고 갈게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두 손을 잡아줘요
집 앞바람처럼 사라지기 전에
오늘의 망설임도 우리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