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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May 29. 2020

리짓군즈, 가식 없는 청춘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

컴필레이션 3집, Junk Drunk Love (2017)

‘힙합 대중화’하면 다이나믹듀오가 떠오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힙합 역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링마벨, 고백, 죽일놈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곡을 낸 다이나믹듀오. 이들이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비결은 ‘공감’이었다. 동 나이대 사람들이 듣고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는 발라드, R&B가 보여줄 수 없는, 힙합이란 장르가 가진 장점이다.


나와 다이나믹듀오는 나이차이가 10년 정도 난다. 음악이 나왔던 때에는 그들 노래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20대가 되면서 자연히 그들의 음악을 접하고 공감하게 됐다. 다 좋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은 10년이란 갭이었다. 10년 전 다이나믹듀오가 이야기했던 것을 내가 되돌아가 들어야 했다. 명곡은 시대를 타지 않는 법이지만, ‘내가 다이나믹듀오와 같은 세대였다면’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번에 소개할 리짓군즈(Legit Goons)는 나와 비슷한 나이로 이뤄진 힙합 크루다. 오랜 기간 무명으로 활동하다가 요즘 들어 조금씩 빛을 받고 있다. 처음으로 소개하는 앨범을 리짓군즈로 정한 건 ‘공감’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장 공감하고, 그래서 가장 많이 듣는 게 이들 음악이다.




리짓군즈 컴필레이션 3집 [Junk Drunk Love]는 여기저기서 인정을 받은 앨범이다. 2017년 발매 후 한국힙합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고, 나아가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 앨범’ 부분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한지 오래, 무명 뮤지션의 삶은 자극적인 정크푸드와 다를 바 없는 삶이지만, 리짓군즈는 그런 삶에 대한 자긍심으로 뭉친 인간들이다. (중략) 건강을 갉아먹는 정크푸드(Junk)와 짓누르는 숙취(Drunk)로 얼룩진 일상, 하지만 그럼에도 별 볼 일없는 삶을 향해 보내는 끊임없는 찬가와 열정(Love)은 [Junk, Drunk, Love]를 관통하는 테마이자 리짓군즈가 삶을 관철하는 태도다.

                                                                                                                   [Junk Drunk Love] 앨범 소개 중



리짓군즈는 이 앨범에서 지극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듣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꾸며내지 않고 솔직하게 본인들의 삶을 표현했다. 앨범 제목이자 타이틀곡 제목인 'Junk Drunk Love' 세 단어만으로도 잘 드러난다. 패스트푸드와 술만으로도 이들의 평소 모습을 대략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로 간단하게 식사를 때우고, 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리짓군즈. 그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이란 결과물에는 열정과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이 앨범이 참 좋은 이유는 자극적이지 않아서다. 본인들의 청춘을 노래하면서 심각한 메시지를 담고자 하지 않았다. 정말 편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할 거야’라고 말한다.



Young Scooter에 Ride with me

남의 삶을 살 바엔 Part-time living
하루를 둘로 나눠도 가는 길은 반듯이

쪽잠을 자도 돼 I'm a Part-time kid

                      - 6번 트랙 'Young Scooter' 중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사람이 장래에 대해 가장 고민할 시기다. 리짓군즈는 20대 초반이었던 2012년 결성돼 꾸준히 음악을 해왔지만, 좀처럼 빛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멤버들이 슬슬 현실을 직시해야 될 나이가 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꿈을 굽히지 않았다. 본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조급해 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좋다’라며 여유를 즐긴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들의 현실을 노래한 앨범이 바로 [Junk Drunk Love]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만큼 멋진 인생도 없다. [Junk Drunk Love]에는 이 자세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멋이 난다. 내가 지향하는 인생을 그들이 살고 있어 부럽고, 동경하며 듣는다. 그리고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하게 된다.



앨범 전체적으로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다. 비트도 화려함보단 단조로움 쪽에 가깝다. 그래서 쉽게 질리지 않는다. 듣자마자 귀를 사로잡진 못해도, 계속 듣게 되는 ‘깊은맛’이 있다. 그리고 익숙해지게 되면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게 된다. 


내 베스트트랙은 ‘Surf Shop’이다. 시작과 함께 나오는 파도 소리, 그리고 정말 파도를 타는 것 같은 래핑이 인상적이다. 마치 친한 친구들 여럿이 차 한 대 빌려서 바다로 놀러가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핑은 할 줄 모르지만. 그리고 곡은 아니지만 인트로와 아웃트로, 그리고 스킷도 재미있게 구성돼 있어 마음에 든다.




리짓군즈, [Junk Drunk Love]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멋 낼 줄 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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