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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May 14. 2020

내가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는 이유

음악은 내가 가장 자주 즐기는, 그리고 가장 오랜 시간 즐겨 온 취미다. 어릴 때부터 흥얼대는 걸 좋아해서 늘 귀와 입에 노래를 달고 살았다. 그게 버릇이 돼 뭔가 집중하려면 지금도 귀에 이어폰이 필수다.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듣느라 요금제는 늘 데이터가 빵빵한 것으로 유지하고 있다. 멜론 플레이어를 이용하는데, 스트리밍 이용 수준이 ‘상위 10%’ 수준이라고 뜬다. 어지간히 많이 듣긴 한가보다.


이수영 4집은 어린 시절 내가 가장 먼저 접했던 앨범이다. CD를 직접 사서 듣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음원 시대다. 이전처럼 CD나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나하나 골라서 들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앨범 전체를 듣는 경우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고민이 된다. 여러 곡을 묶어서 한 번에 내면 타이틀곡 외엔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전처럼 많은 곡이 담긴 묵직한 앨범보단 싱글이나 EP로 음악을 내곤 한다.


일반 사용자 두 배 정도 더 많이 재생하고 있다. 별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런데 난 앨범 전체를 한꺼번에 듣는 쪽을 더 선호한다. 음악은 소통이다. 가수 내지 프로듀서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아 팬들에게 낸다. 한두 곡으로는 이것이 온전히 전달될 수 없다. 여러 곡이 한 번에 이어져야 비로소 ‘스토리’가 된다. 잘 만들어진 앨범은 4~50분 동안 듣는 이를 몰입하게 한다. 누군가의 이별, 혹은 달콤한 사랑 고백, 혹은 담담한 위로까지. 여러 노래가 유기적으로 어울리면서 청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정말 좋은 앨범이라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앨범이 주는 ‘풍부함’이 좋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여러 곡을 통해 전해진다면 더 오래, 더 깊게 즐기기가 가능하다. 음원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맛이다. 좋아하는 음악 여럿이 잘 버무려진 앨범은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랜 시간 듣는 이 옆을 지킨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현실의 벽이 높다. 1년 동안 공들여 만든 12곡의 앨범보다는 한 달에 한 곡씩 내는 음원이 더 돈이 되기 쉬운 세상이다. 꾸준히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니 본인 홍보에도 더 유리한 셈이다. 점점 웰 메이드 앨범들이 줄어들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앨범을 꾸준히 제작해내는 아티스트들이 고맙고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국 락밴드 MUSE는 내 청소년기를 풍족하게 해줬다. 지금도 가끔씩 들으면 흥겹다.


평소 음악을 들으며 좋았던 앨범에 대해 앞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음악에 대해 전문적 지식은 전혀 없다. 어떤 앨범이 명반인지를 논하고자 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다만 내 귀에 참 좋았고, 녹아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앨범을 잊고 싶지 않아 적어보기로 결심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취미를 한 차원 더 드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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