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질 권리

by 김광훈 Kai H

꿈을 가진 무기수가 있었다. 하지만 함께 수감된 동료들은 '가장 무서운 적은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며 어떻게 든 좌절감을 심어 주려 한다. 그래야 암울한 현실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차 대전 나치 수용소의 일화에서 보듯이 희망을 갖는 것과 그렇지 않은 데서 생과 사가 갈린다. 한 유태인 외과 의사는 수용소에서도 흙 속에서 주운 깨진 병 조각으로 매일 아침 면도를 하고 출감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차례차례 가스 실에서 죽어갔지만, 그 외과 의사는 늘 뒤로 밀렸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그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석방되었다.


꿈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같은 거다. 큰 꿈이 좋지만, 사소한 것들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꿈이 꼭 고상해야 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미식가라면 만한전석을 먹어 보는 것일 수 있다. 나도 여러 가지 꿈 중에 국내 최고의 빙수를 먹어보는 것과 경치가 뛰어난 모 호텔에서 철판 요리를 먹어 보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비용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못 가보았다.) 물론 식도락 관련한 위시 리스트 중 하나다.


꿈이 항상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 “꿈깨”라는 표현은 비현실적인 소망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귀여운 여인>이란 영화에서 공짜는 안되냐고 하자 “Keep dreaming.”이라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말 자막은 “꿈깨”다. 하지만 잠잘 때 꾸는 꿈도 순기능이 있다는 게 연구 결과 속속 밝혀지고 있다. 꿈은 우리 뇌를 재부팅하는 것 즉 청소하는 것이라 한다. 이런 것 외에도 꿈이란 당장 실현할 수 없지만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니 매우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무와 땅다람쥐가 당분을 축적해 극한의 한계 상황을 견뎌내듯 인간도 절망과 고통을 이기려면 희망을 품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희망이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말하는데 일반 목표와 다른 것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무가 없다고 해서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희망을 품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사랑을 감행하는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상대방에게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을 알면서도 사랑에 착수하듯이 희망을 간직하게 되면 희망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는 실망감을 무릅써야 한다. 희망을 품었지만 이루지 못한 것보다 희망조차 갖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실수를 하는 것이다. 희망은 인류를 존속시킨 최고의 발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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