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본 레이건 대통령의 인상
훌륭한 유머란 세상을 찌르는 창인 동시에 우리를 삭막한 현실로부터 보호해주는 방패이기도 하다. 현실의 모든 이면을 알고도 그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저급하지만 않다면 이따금 유머를 잘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다. 특히 이성을 웃게 할 수 있다면 반쯤은 자신에게 넘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적절한 상황에서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는 반증이고 이는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내가 미 8군 카투사로 근무하던 1983년 11월에 우연히 만나 악수를 나눈 적이 있는 레이건 대통령은 유머의 대가였다. 특히 1985년 재선을 앞두고 74세였던 그의 나이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먼데일의 어린 나이와 경험 없는 걸 정치적으로 치사하게 이용하지 않겠다고 재치 있는 농담(quip)을 해 먼데일을 포함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또한 힝클리에게 피격 직후 병원에서 그의 아내 낸시에게 “여보, 몸을 잽싸게 숙이는 걸 잊어버렸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경황이 없는 중에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는 또 30세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입대를 자원했다. 시력이 나빠 전투요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용기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8년간 복무하면서 소령으로 전역한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사견이지만 그의 재임 중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으면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 불문하고 유머는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디 앨런과 한동안 사귀었던 어느 여배우는 유머 있는 남자가 정말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유머 감각이 뛰어난 후배들이 몇 명 있는데, 모임의 분위기도 밝게 해서 그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이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를 대체로 좋아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재미있는 남자는 자신과 대화가 통하고 여러 가지로 잘 맞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그런 남자는 쉽게 찾기도 힘든 데다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대단한 통찰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