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우수 협력업체 직원>으로 패러마운트 상을 받아 실리콘 밸리에 있는 고객사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상패와 금장 크로스 필기구 두 자루와 봉투를 받고 저녁 식사에도 초대를 받았다. 그냥 감사를 표시한 종이 카드가 든 것으로 생각하고 나중에야 열어 본 봉투에는 뜻밖에 오백 달러가 들어 있었다. 지역 신문에 수상자 명단을 게재하는 등 나름 성대했던 행사 무대에 나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위대한 나라의 멋진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특별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미국이 위대한 나라라고 느꼈었다.
남부 출신 미국인들 중 친분이 좀 있는 사람들에겐 <레드 넥>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농사를 많이 짓는 동네다 보니 햇볕에 목이 빨갛게 변한 촌놈이란 속어다. 딕시랜드 (남북전쟁 때 남부를 찬양한 노래) 얘기를 꺼내면 빙긋이 웃었다. 그게 언제 적 일인데 남부기가 이번 수도 소요 때에 등장했다니 놀랍다. 나도 10여 년 넘게 동쪽에서 서쪽으로 출근을 한 레드넥이었다. 예전에 한양에서 목 뒤가 까맣게 타면 뚝섬 미나리 장수, 이마가 까맣게 타면 마포 새우젓 장수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니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보고 행색과 출신을 짐작하는 건 동서 공통인가 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던 양반은 역대 대통령 중 재임 중에 최초로 두 번이나 탄핵을 당했고 <규범과 상식을 박살> 냈다든 가 <민주주의에 대한 치밀하고 강력한 공격>을 한 중심인물로 remove 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론에서 연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월 20일에 승자는 취임식의 주연이 되고 패자는 상원의 탄핵 표결을 기다리고 있으니 두 사람의 처지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나와 우리 코가 석자이긴 한데 신화가 산산조각 나다 보니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