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용기

82년생 김지영을 생각하며

by 김광훈 Kai H

영어로 임신했다는 표현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gravidity란 말도 있다. 라틴어로 무겁다(heavy)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몸이 무거워졌다”라는 표현이 우리와 유사한 것이 흥미롭다. <꼬마>의 도래(advent)나 가족의 추가(addition)는 더 없는 축복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몸이 무거워 거동이 불편한 것 뿐만 아니라 가려야 할 음식이나 약물도 많다. 게다가 입덧이라도 하게 되면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산고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애들 커가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그 고통을 잊고 늦둥이를 더 갖기도 한다.


엄마의 사랑은 인류의 행복이다. 다른 외계 생물이 와도 자랑할 수 있는 인류의 정신적 유산인 듯 싶다. 예전에 우주에 보내는 비행 체에 남녀의 모습을 묘사한 적이 있었다. 그대신 엄마와 아이도 포함했으면 우리에 대한 소개를 제대로 했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사랑은 그녀의 생명이 다해서도 자녀에게 전수된다. 불멸이라 할 수 있다. 엄마는 자신의 자녀가 충분한 능력을 갖춰 세상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입학시험 볼 때 교문 앞에서 기도하는 건 대부분 엄마들이다.


그녀 앞에 장애물이란 있을 수 없다. 어떤 이는 자녀에게 어머니의 사랑보다 강력하고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는 것은 없다고도 했다. 여자들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엄마가 필요한듯하다. 나이가 육십이 되어도 엄마라고 부른다. 정신적으로 의지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여자들끼리만 교감하는 뭐가 있는듯하다.


늘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두 부족이 안데스 산맥 아래에 있었는데 한쪽은 고산 지대에 다른 한쪽은 평원 지대에 살았다. 하루는 고산 지대의 종족이 평원 지대의 부족을 쳐들어왔고 약탈하는 가운데 평원 지대 부족의 아기를 납치해 갔다. 평원 부족들은 산을 타는 법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고산 부족들이 도대체 그 많고 험한 산길 중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기를 구출하기 위해 부족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들을 고산 지대로 보냈다. 그 전사들은 며칠에 걸쳐 여러 산길을 택해 시도했지만, 겨우 백여 미터를 올라갔을 뿐이었다.

절망에 빠진 전사들은 결국 그대로 돌아오기로 했다. 전사들이 산에서 내려오기 위해 장비들을 꾸리고 있을 때 아기 어머니가 그 아기를 등에 업은 채 그들을 향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 평원 지대에서 가장 강하고 유능한 전사조차 오를 수 없었던 산을 아기 엄마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길을 찾아냈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당연한 것을 묻는 것이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당신들의 아기가 아니잖아요”.


워킹맘은 물론 전업주부라 해도 남편이 집안 일을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이다. 특히 독박육아는 안된다. 전업주부라면 여건 상 자신에게 할당된 일이 더 많을 수 있지만 맞벌이는 조금도 차이가 나선 안될 듯하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쉬면서 지켜보니 집안 일이 여간 많은 게 아니었다. 특히 제대로 하자면 끝도 없다는 걸 느꼈다. 남자는 해뜰 때부터 해질 무렵까지 (sun to sun)일하지만 여자의 일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A woman’s work is never done.)라는 표현을 이해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상황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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