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May 15. 2023

가장 큰 용기는 사는 것이다


 

어느 주점 앞을 지나가다 뭉클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개처럼 일해야지>

 

오늘 좀 힘들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내일도 어차피

힘드니까요”  

 

자영업이 힘든 건 주말도 없이 일하는 시간이 긴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장사라도 잘되면 힘든 줄을 모를 수 있는데, 경기에 따라 늘 영향을 받으니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다. 얼마 전에 일산 라페스타의 한 고깃집 주인이 장사가 한참 잘되어야 할 목요일 저녁에 손님이 한 사람도 없어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았다. 불과 두세 달 전만 해도 가게에 손님이 넘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문제는 주위에 비슷한 가게가 거의 한 집 건너 있으니 고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듯했다.

 

율 브리너가 주연을 했던 ‘황야의 7인’에 여러 가지 명대사가 있지만, ‘총을 쏘는 게 용기가 아니라 일상의 무거운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게 진정한 용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직장에 나가고 자녀를 키우고 가계를 자발적으로 떠맡는 일이 평범한 듯 하지만 가장 큰 용기라는 것이다. 전쟁을 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부흥시켜 민생을 향상하는 것이 진정으로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경제가 인간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문화와 여가도 따지고 보면 경제적 여유의 산물일 때가 많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날 아침 공교롭게도 우리와 같이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 기업인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독일의 사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중국과 베트남이 몰라보게 달라진 얘기도 했다. 일본은 이전에 축적한 기술력에 힘입은 바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쟁과 그 이후에 지속된 분단의 덕을 톡톡히 누린 것도 사실이다. 나라도 집안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부흥하는 모멘텀이 있다. 

 

죽고 싶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 계획한 일이 물거품이 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투자한 돈이 날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이겨내고 살아가야 한다. 좋은 날, 유쾌한 날,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향연도 가끔은 있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실제로 그렇다. 흔히 큰 용기만, 용기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긴 시간 발효를 통해 숙성된 음식의 맛은 즉석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제공한다.

작가의 이전글 지옥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