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김의 기일에

by 김광훈 Kai H

나는 패션에는 완전 문외한이지만, 오늘이 앙드레 김의 기일이라는 신문 기사가 있어 예전 생각이 났다. 이 분이 옷과 관련한 일로 청문회장에 선 다음날 조간 신문에 그의 본명에 대한 사행시가 게재되었다.


앙: 앙드레 김입니다.

드: 드(디)자이너죠

레: 레(내) 본명은

김: 김봉남입니다.


청일점으로 처음부터 화제가 되더니 패션계의 거목으로 창의적이고 앞서가는 의상을 만드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그에겐 다소 의외의 투박한 이름인 듯했다. 신문에 그에 대한 만평이 실린 그다음 날인가 힐튼 호텔에서 열렸던 터키 패션쇼에 초대를 받아 갔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내내 느낀 점은 한때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주변 국가들을 호령했던 국가였으니 많은 영웅호걸들이 있었을 것이며 또 그에 걸맞은 절세가인도 많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역시 내 예상을 배반하지 않았다. 연이어 등장하는 모델들의 의상도 화려하기 그지없었지만, 패션모델들 중에 매혹적인 미인들도 많았다.

패션쇼 중에 뷔페식 식사도 제공이 되어 접시를 들고 줄 서있는데 내 바로 앞에 앙드레 김이 보였다. 원래 유명한 분이었지만, 뜻 밖에 알려진 본명 때문에 그즈음 장안의 화제가 된 그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했더니 그는

예의 특색 있는 억양으로 <많이 드세요~>라고 답례를 했다. 조영남의 말대로 그는 웬만한 문화 행사엔 두루 참석하는 이 시대 최고의 문화인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문화 예술인인 그를 청문회에서 본명을 밝히게 해 망신을 줘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이 있은 직후 그가 이민을 떠나고 싶어 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권력을 잡게되면 사람들이 달라지니 일부겠지만 부유한 사람들이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Cypress의 TJ Rogers나 예전 GM의 사장 같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때가 우리도 올 수 있을까?

앙드레 김의 자기소개 comic.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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