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간 미소엔 모든 걸 내주고 싶어진다
종종 어떤 얼굴에 불가항력적인 끌림을 느낀다. 말갛고 천진한 얼굴. 이상형을 떠올릴 때마다 대개 나는 그런 얼굴을 떠올린다. 온 얼굴을 다해 짓는 구김살 없는 미소엔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불온함을 품지 않은 마력 앞엔 기꺼이 마음을 건네어도 안심이다.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가진 무해함을 사랑하는 것 같다. 얼핏 무해함 속에서도 세상 속에서 단단해진 그녀의 심지를 엿보기도 한다. 얼굴을 보면 그런 감각들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그것이 착각인지 통찰력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얼굴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과 얼굴은 멀지만 가깝다
실제로 그런 얼굴을 만난 적은 없다. 내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적은 수의 사람을 만나서 그런가 싶지만, 이상형의 얼굴이란 그 정도의 느낌일 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화면에서 보게 된 사람들에게서 좋아하는 얼굴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특히, 연기하는 배우들에게선 그런 모습의 선명한 조각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 순간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그런 조각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한다. 말간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면, 구겨진 내 얼굴에서 무엇을 바라볼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사랑하게 될 사람 눈에 비칠 내 얼굴이 궁금하다
앞으로 내가 사랑하게 될 얼굴에 내 얼굴은 비칠까. 걱정이 많은 나는 내 얼굴을 만져본다. 고민이 고여있는 미간과 어설픈 미소를 꿰매놓은 입꼬리가 만져진다. 거울 앞에서 구석구석 뜯어본다. 그늘진 뺨은 썩 맘에 들지 않지만, 그것대로 싫지는 않다. 내 얼굴은 그냥이다. 예쁘지도 모나지도 않은 얼굴. 어디 가서 손해도 덕 볼일도 없는 평범한 얼굴. 그 정도면 족하다. 다만 궁금한 건 내가 사랑할 사람 눈에 비칠 내 얼굴이다. 혼자서는 알 수 없는 얼굴이 알고 싶다. 내 얼굴을 하릴없이 만져보며, 서로의 눈에 비친 얼굴을 나눠 가지는 날을 소망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