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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역사

나타샤 티드,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by ENA

우리가 역사에 관해 알고 있는 많은 부분은 거짓말과 자의적 정보 누락에 뿌리를 두고 있다.

- <후기>에서


페르시아의 가짜 왕에서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건에 이르기까지. 고대 세계에서, 중세 시대, 근대를 거쳐 19세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보면 그렇다. 업적을 과장하기 위해,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어쩌다가 거짓말을 한다. 의도적일 수도 있고, (다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기도 한다. 역사는 그 거짓말로 벌어진 일을 기록하고, 또 후대의 역사가들은 그 거짓말을 폭로한다. 그러나 거짓말로 벌어진 역사의 진로는 돌이킬 수가 없다. 거짓말은 그것대로 역사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역사 속의 거짓말을 파헤치는가? 단순하다. 그것은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거짓말의 피해자들이 역사의 무덤 속에서라도 억울하지 않지 않겠는가.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역사가 진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진실이 아니지만, 진실이라고 기록된 역사를 ‘교육’한다. 그 기록된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렇게 다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은? 우리는 여전히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꾸준히 역사를 궁금해하고, 다시 들여다봐야 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역사는 그렇게 계속 써져야 하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 것이 많다.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부정확하게 알고 있었거나, 불명료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 더 많다.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또 보람된 일이다.


우리의 이야기도 하나 있다. 바로 임진왜란에 관한 내용이다. 영국의 역사 작가가 어떻게 보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이 이야기가 ‘근대 초기’에 배치된 것부터 조금 생경하다(우리가 임진왜란을 근대 시대에 벌어진 전쟁이라 생각하나? 아무래도 아니다).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역시! 그런데 저자가 임진왜란과 관련한 거짓말로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사이(저자는 이것을 구분하지 않는다)의 평화 협상에 관한 것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명나라 사이에서 협상을 진행하던 고니시 유키나가(어릴 때 소서행장이라고 들었던 인물이다)가 외줄타기를 하면서 벌였던 거짓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서구의 역사 작가의 글에서 배웠다. 왜 이런 이야기를 거의 들은 적이 없다는 게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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