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브록만 엮음, 『큐리어스』
존 브록만의 엣지 포럼(www.edge.org)과 관련된 책을 꽤 읽어왔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곳의 질문들이 상당히 의미 있고, 또 답변도 (역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새겨 읽을 만하고, 또 재미있기도 하다. 가끔은 웹페이지를 방문해서 요샌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나 살피기도 한다.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나”와 같은 질문에 대답인 이 책은 이미 2004년에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20년도 더 넘은 질문과 답변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과학과 과학자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그렇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특히 20년 전이나 지금은 더더욱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으니까. 그리고 여기의 답변을 남긴 과학자(좀 범위를 넓히긴 했다)들의 면면은 여전히 의미가 있는 이들이니까 그렇다. 요는 이 책은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26명의 과학자들은 주로 호기심에 관해 이야기한다. 과학이란 그런 것이니까. 과학이란 호기심에서 비롯한 것이니까. 그리고 그 호기심은 어린 시절에 길러진 것이니까... 그런데 그게 당연한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당신들, 즉 성공한 과학자의 어린 시절은 어떠해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처럼 26명이나 되는 이들에게 받을 필요가 없었을 터이다.
그들이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는 하나의 길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매우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했지만, 어떤 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가족들 속에서 자랐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자로서의 소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살았지만, 또 다른 이는 전혀 과학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있다. 어떤 이는 부모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어떤 이는 이웃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또 어떤 이는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닥터 두리틀』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리처드 도킨스처럼). 어떤 이는 과학자로서의 성장이 따뜻한 과정이었지만 주디스 리치 해리스에게는 차별과 외로움의 과정이었다. 모두다 다른 과정과 계기를 가지고 과학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과학자가 되어야 할까? 어떤 전형적인 성장 과정이 없다는 것은 막막하기만 한 것일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든, 어떤 교육 과정을 받았든,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어떤 상황에서든 과학자, 그것도 매우 뛰어난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 그것은 있어야 한다. 뛰어난 머리? 아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세상을 알고자 하는 욕심이다. 그것은 실험으로 이뤄질 수도 있고, 이론으로 향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정립한 이론과 실험 내용을 종합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의 제목처럼 왕성한 호기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마찬드란이 “호기심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은 스티븐 핑커의 것이다. 그는 이 책의 자신의 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글에서도 한 단어도 믿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것은 착각과 오류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우리를 만드는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만드는 원인이다.”라고 쓰고 있다. 어쩌면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기에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이 현재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이 삐딱한 견해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도 자신의 현재에 영향을 미친 몇 가지 계기들에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여지없이 상당히 전형적이다(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과학자 되기. 어쩌면 쉽고, 어쩌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