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홍대선, 《한국인의 탄생》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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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느낌부터 이야기한다.

현란하다. 자신감이 넘친다. 거침이 없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자랑하는 것 느낌이 든다.

기존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내지는 오해를 깨부수는 데 희열을 느끼는 듯한 느낌?

홍대선의 견해, 주장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단 술술 읽힌다. 그의 논리가 엉성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럼 이젠 내용에 대해서.

한국인, 정확히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는 세 가지 사건(?)이 한국인을 형성했다고 본다.

그 첫 번째가 단군이다. 물론 신화의 영역이다. 단군이 역사적으로 존재했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단군이든, 누구든 한반도에 자신들의 영역을 가졌다는 것은 한국인의 특징을 만드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박정재가 《한국인의 기원》에서도 얘기했듯이 한반도는 그렇게 매력적인 지역이 아니다. 기후 난민으로서든, 혹은 다른 이유에서든 한반도에 자리잡았다는 것은, 이러한 좋지 못한 토양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고려 8대 임금 현종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온갖 구박을 받았지만 왕이 되었고, 강감찬을 등용해서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대선은 이 대 거란 전쟁이야말로 한반도의 주민을 처음으로 하나의 민족이라는 틀로 만들어냈다고 본다. 신라의 삼국 통일 이후에도 고구려, 백제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그게 고려에 의해 재통일된 이후, 외세의 거센 공격에 맞서 싸우는 경험을 통해서 그런 삼국의 유산은 사라지고 드디어 하나의 민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선의 밑그림을 그린 삼봉 정도전이다. 조선은 현대 한국인에 이어지는 구체적인 특징을 만들어냈다. 500년이나 이어지는 국가의 바탕을 만들어낸 것이 정도전이다. 홍대선은 조선이라는 국가를 해부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조선이라는 나라,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하는 우리의 특징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홍대선은 거침 없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한국인의 특징은 그것만으로는 긍정적인 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스스로 한국, 한국인을 비하하고, 저주하는 것이 한국인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 유일하게 선진국의 문턱을 넘은 국가이고, 가장 치안이 좋은 국가 중의 하나이고, 의료보험은 최고 수준이며, 수도 시설, 하수 시설 역시 최고라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러한 우리의 특징과 성과가 다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모든 것이 단군 할아버지, 현종 임금, 정도전에 의해서만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리적 입지 조건, 전쟁을 통한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그리고 이념 국가를 만들고, 민본 사상을 정립함으로써 그것을 당연시하게 된 계기 등이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받아들인다기보다 고민할 거리가 정말 많다. 그 생각거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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