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로스, 《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셜로키언(Sherlockian).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스》 시리즈의 주인공 셜록 홈스에 대한 열광적인 팬을 가리키는 말. 영국에서는 홈지언(Holmsian)이라고도 한다.
셜로키언의 열광 중에는 분명 과학이 있다. 셜록 홈스는 최초의 과학 탐정이라고 불릴만 했다. 작가 코난 도일 스스로가 의학 교육을 받은 의사 출신이었고, 셜록 홈스도 각종 분야에서 (비록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무척 방대하고 깊은 과학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논리적으로 현상을 추리하고 설명한다. 바로 과학의 방식이다. 셜록 홈스가 뛰어난 법과학자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별로 없다.
여러 셜로키언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쓴 스튜어트 로스 역시 셜록 홈스의 과학적 역량에 대해 인정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셜록 홈스에 대한 찬양서가 아니다.
저자 스튜어트 로스는 셜록 홈스가 배경으로 삼았던 방대한 과학적 지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분야별로 살펴보면서도, 부정확했던 측면, 과학적이지 않았던 측면 등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골상학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 가운데 한 가지를 확정적으로 언급하고 결론짓는 것도 지금의 상황에서 본다면 전혀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다.
“홈스의 과학이 많은 독자에게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100% 정확한 사실만을 다룰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코난 도일은 셜록 홈스를 통해 과학을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셜록 홈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 필요했던 캐릭터였다. 즉, “코난 도일은 정확한 사실 전달보다는 좋은 소설을 쓰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그런데 스튜어트 로스는 끝에 더 재미있는 사실을 언급한다. 오브라이언이 쓴 《과학자로서의 셜록 홈스》에도 언급한 사항이라는데, 초기의 소설과 후기의 소설을 보면 후기로 갈수록 과학이나 법과학에 대한 언급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엔 과학이 더 많이 들어간 소설일수록 현실성과 정확성이 높아 좋은 이야기,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젊은 시절 소설에 반영한 과학 중에도 오류가 많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서는 과학을 희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과학적 추론이라는 형식에서는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럼 왜 그런 상황이 되었을까? 저자는 코난 도일이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코난 도일은 분명 19세기 사람이었다. 19세기의 과학은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20세기의 현기증 나는 과학의 발전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코난 도일이 나이가 들어 영매(靈媒)에 심취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세기 과학의 수준은 코난 도일이 소설에 반영시킬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버렸고, 소설가는 소설에서 과학의 비중을 줄여버렸다.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이런 (셜록 홈스가 과학을 배신 또는 포기했다는) 반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