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항암제 개발에 감춰진 땀, 눈물, 야욕

네이선 바르디, 《블러디 머니》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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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브루비카라는 약이 있다. 2010년애 이후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치료제로 등장해서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남긴 약이다. 물론 이것은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그렇고, 환자 입장에서는 많은 생명을 구한, 아니 연장시킨 약이다. 이 항암제는 사이어톨로지스트인 로버트 더건의 파마사이클릭스가 개발한 것으로 2015년 애보트의 자회사인 애브비가 23조원에 인수하면서 화제가 되었었다.


임부르비카라는 약은 약물명으로는 이부르티닙(ibrutinib)이다. 원래는 인간유전체사업으로 이름을 날렸고, 인공생명체 합성으로도 뉴스의 중심에 있었던 크레이그 벤터가 창업한 셀레라에서 만들었던 물질 CRA-032765에서 유래한 약이다.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물질을 파마사이클릭스에서 인수해서는 PCR-32765로 이름이 붙여졌고, 이것이 결국은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BTK 억제제, 생명체 내에서 많은 작용을 하는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 kinase) 중에서도 브루톤이 발견했다 해서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라고 하는 물질의 작용을 막는 물질이다.


<포브스> 기자 출신 네이선 바르디는 이 약이 나오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별볼 일없던 물질이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하는 약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에서 투자자와 경영자, 연구자 들 사이의 협력과 갈등 등이 마치 소설, 아니 미니시리즈처럼 보여주고 있다(우리말 제목이 “블러드 머니”라서 피가 튀기는, 끔찍한 얘기, 혹은 참혹한 얘기인 줄 알 수 있지만, ‘블러드(blood)’는 이 항암제는 혈액암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제도 <For Blood and Money>로 뉘앙스가 좀 다르다.)


이 이야기가 드라마틱한 이유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항암제이면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항암제 하나를 두고 벌어는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좌절, 헌신과 배신이 이 이야기를 읽는 이를 맹렬하게 흥분시킨다. 사실 앞에서 로버트 더건만 언급했지만, 파마사이클릭스는 다른 인물이 만든 회사이고, 다른 과학자, 의사가 연구를 주도하던 상황이었지만, 암으로 아들을 잃은 투자자 로버트 더건이 주주가 되고, 회사에 점점 더 많이 관여를 하면서 결국은 회사를 빼앗고, 자신의 방침에 어긋나는 이들을 회사에서 내쫓는 과정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바이오테크업계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이게 사회의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단순한 한 회사, 한 약물의 이야기에만 한정하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매력이다. 바로 앞에서 얘기했던 파마사이클릭스에서 쫓겨났던 연구자들이 모여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네덜란드의 연구자와 협력해서 회사를 세우고, 임브루비카와 같은 기전을 가지면서 부작용은 덜한 약을 가지고 도전장을 내민다. 초기 창립멤버들의 이름 앞자를 딴 아세타파마라는 제약회사를 만들어 ACP-196이라는 물질을 아칼라브루티닙(Acalabrutinib), 즉 칼퀀스라는 항암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에 팔리는데, 파마사이클릭스만큼은 아니었지만 몇 조에 달하는 금액을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연구자, 개발자 들의 좌절이 그려지는데, 그래도 이 부분에서는 완전한 좌절이 아니라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실망에 가까워 다행이었다.


단면을 통해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다.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얼마나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실제로는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도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내 친구들을 비롯한 바이오벤처업계의 사람들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끝으로는 항생제 얘기가 덧붙여진 게 반가웠다. 사실 반갑다기보다는 뜻밖이었고,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어 철렁했다는 게 맞다.


임브루비카로 억만장자가 된 로버트 더건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다시 뛰어든 분야가 바로 항생제 개발이었다. FDA 승인을 받은 항생제를 개발하지만 결국 회사(아카오젠, Achaogen)은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개발비가 너무 많이 들어갔고, 병원에서는 비싼 항생제를 구매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오제약 회사들을 항생제 개발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새로운 항생제에 투자하기로 한 더건의 결정을 잘못된 베팅이라고 보았다. 항생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을뿐더러[항생제 내성 얘기리라] 항암제와 달리 가격이 대개 저렴했기 때문이다.이처럼 바이오제약 산업이 암이나 희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만 선호하다 보니 공중 보건 문제가 심각해졌다.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감염이 점점 증가해 매년 280만 건이 발생했고, 3만 5000명이 사망했다.”



다만 더건은 아카오젠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았고,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른바 ‘씨디피’라고 하는, 클로스트리오이데스 디피실레(Clostridiodes difficile)에 대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76살에 바오이테크 기업의 CEO가 되었다. 그는 이것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발한 항생제는 3상 임상에 실패했다. 아, 항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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