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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서 한국어,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나

이창용, 《한국어 수업 이야기》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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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한국어 교원 이창용은 이 책을 네 부류 독자를 생각하며 썼다고 했다. 나는 그중 ‘한국어가 궁금한 독자’에 해당한다. 가끔 번역에 관한 책도 읽게 되는데, 그런 책을 읽는 이유와 비슷하다. 우리말, 우리글을 우리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좀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도 집어 들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올해 처음 대학원 실험실에 외국인 학생을 들였다. 이-메일로, 가끔은 직접 찾아와서 대학원 입학을 문의하는 외국인이 정말 많다. 지금까지는 모두 거절했다. 간단하게 답을 한 적도 있지만, 답을 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러다 처음 외국인 학생을 받은 것이다. 몽골 출신의 이 친구가 달랐던 점은 우리말로 문의를 해왔다는 점이다(그런 학생이 맨 처음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아주 요점을 분명하게 적어서 보냈다.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정도의 우리말 실력이면 그래도 의사소통은 되겠다 싶어 받았다. 당시 한국어학당에 다니고 있었다. 한국어학당이란 데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고, 어느 정도나 배우는지 궁금해졌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한국어학당이라는 존재에 대한 것이다. 한국어학당이라는 데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쓰고 있다. 물론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한국어학당(구체적인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이다. 그런데 그것만 하지 않는다. 말이라는 게 소통을 위한 도구이니만큼 그런 소통을 한국어로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내 학생이 어떤 생활을 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다음은 한국어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옳게 쓰고 있는 한국어가 설명하려면 이리도 까다로운 것인지를 ‘한국어교원’을 통해 깨닫는다. 규칙적인 것이야 설명할 수 있지만, 불규칙적인 것은 설명으로 되질 않는다(‘떡볶이’가 왜 ‘떡. 볶. 이’냐는 질문이 그토록 까다로운 질문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경험적으로 알 뿐. 그걸 이해시키고 훈련시키는 한국어교원이 대단하고, 또 한국어가 고맥락 문화권이고 영어는 저맥락 문화권이라는 설명에서 우리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다른 학생들의 영어 실력보다 뛰어난 몽골 학생의 한국어 실력에 대해서도 달리 보인다.


마지막으론 한국어교원에 대한 얘기다. 자신의 경험과 최근 한국어교원의 지위에 대한 여러 일들에 대해 쓰고 있다. 한국어, 내지는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자주 얘기하지만 그 한국어와 한글을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는 한국어교원의 지위가 그런 줄은 생각지 못했다.


토픽, 즉 한국어능력시험의 한 해 응시인원수가 40만 명에 이른다는 얘기를 읽고 놀랐다. 한국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고, 당분간은 증가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한국어가 쓰일 것이다. 그런 만큼 한국어학당과 한국어교원은 더 필요해진다. 그 기능과 지위가 (자부심을 가질 만큼) 그렇게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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