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로먼 마스, 커트 콜스테트,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

by ENA


사람들은 ‘서울’하면 무엇부터 떠올릴까? 혹은 미국의 ‘Washington DC’하는 무엇부터 떠올릴까? 나는 서울하면 남산타워부터 떠오른다. Washington DC하면 스미소니언 박물관부터 떠오른다. 남산타워는 오랫동안 이미지로 서울을 의미하는 상징이었다(물론 지금은 다른 걸 떠올릴 사람이 많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Washington DC에 갈 때면 시간만 나면 들르던 곳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Washington DC에서 그런 상징적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도시에는 이른바 랜드마크라는 게 있다. 랜드마크는 도시를 이미지화하는 데 분명 기여하지만, 랜드마크는 그 도시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까?


로먼 마스와 커트 콜스테트는 <보이지 않는 99%>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도시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그건 ‘도시의’라는 수식어를 붙인 번역본에서도 그렇다), 주로 도시의 구석구석을, 사람들은 잘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하지만 분명 도시를 구성하고, 또 도시가 형성되고,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관찰하고 이야기한다. 앞서 랜드마크 얘기를 잠깐 했는데, 랜드마크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랜드마크를 조금 더 세심히 관찰한다. 이를테면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101에서는 동조질량댐퍼로 사용된 대형 금빛 보주(寶珠)인 댐퍼 베이비에 관심을 갖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트랜스 아메리카 피라미드도 다루지만, 그게 샌프란시스코를 모두 설명하는 듯이 하지는 않는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것들이 도시에는 무수히 많다. 사람이 많은 만큼 너무 자극이 많기도 하고, 도시라는 게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까닭에 품어온 이야기도 많다. 공인된 낙서, 보도 명판, 표시판 기둥, 하수도와 지하철의 배기구, 변전소, 휴대전화 중계탑, 벽면 고정판, 쓸모 없어 보이는 계단, 사랑의 자물쇠, 깃발, 조각상, 문양, 교통신호등, 도로표지병, 위험 신호, 피난처 표지, 네온사인, 풍선 인형, LA의 촬영장 표지판, 음수대, 맨홀 뚜껑, 전봇대, 도로의 중앙선, 중앙분리대, 과속방지턱, 로터리, 회전문, 비상구 등등. 이렇게 적고 보면 모두 우리의 도시를 구성하고 있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굳이 어떻게 생기기 시작했고, 또 그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마는 것들이 정말 많다. 저자들은 그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기 시작했고, 또 어떤 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도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건축물만 다루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시낸스로프(synanthrope)’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가축이 아니면서 인간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이익을 얻는 생물을 의미한단다. 이 시낸스로프에 관해 한 장을 할애했다. (도시라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다람쥐, 물고기, 비둘기(인간이 탄생시킨 하늘을 나는 쥐), 라쿤(쓰레기통 판다). 이것들 역시 분명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얘기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또한 도시를 좀 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있다. 우선 저자들은 일단 이름이 바뀌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된다고 씁쓸하게 말한다(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도로의 턱을 없애기 위한 활동가의 노력이나 교차로에 부처상을 갖다 놓아 도시의 명물이 된 사연, 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 하거나, 혹은 일부러 눈에 띄게 하는 게릴라 표지판, 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 등등은 우리가 그저 도시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도시를 우리에 적응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소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어왔고, 만들어나간다. 그런 것들에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하나하나에 조금씩만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훨씬 풍부한 사연을 갖고 있는 곳으로 다가올 듯 하다. 도시는 절대 무료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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