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세상에 자국을 남긴다

조성준, 《예술가의 일》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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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어떤 사람일까? 물론 사전적으로야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겠지만, 다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다시 막힌다. 예술을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처럼 예술가란 정의 내릴 수 없다. 조성준의 《예술가의 일》은 그렇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조성준의 《예술가의 일》은 33인의 예술가(모두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다)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우선 그가 예술가라고 지목한 이들이 활동한 분야 자체가 다양하다. 일단 미술 쪽이 가장 많다. 조지아 오키프, 마르크 샤갈, 프리다 칼로, 천경자, 장미셸 바스키아, 나혜석, 주잔 발라동, 에드워드 호퍼, 에드바르 뭉크, 르네 마그리트와 같은 회화 분야가 많긴 하지만,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같은 조각가도 있고,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같은 우키요에 화가, 다니구치 지로와 같은 만화가도 포함한다. 음악도 대중음악 쪽이 많지만, 데이비드 보위, 어리사 프랭클린, 빌 에번스, 존 레넌, 글렌 굴드, 커트 코베인, 이런 이름들에서 알 수 있듯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클래식 쪽도 배제하지 않았다(구스타프 말러).


오즈 야스지로나, 박남옥, 조지 로메로와 같은 영화 감독, 장국영, 버스터 키튼과 같은 영화 배우도 당연히 예술가로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다이앤 아버스와 비비안 마이어와 같은 사진가(비비안 마이어는 죽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그 이름이 사진가로 불려지지 않았지만)의 삶도 예술가의 삶이며, 바츨라프 니진시키, 피나 바우슈와 같은 무용가도 있다. 안토니 가우디, 자하 하디드, 이타미 준과 같은 건축가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이며, 페기 구겐하임과 같이 어떤 작품도 스스로 만들지 않은 이도 조성준은 예술가의 삶으로 대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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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예술가란 우리 삶과 세계에 무언가의 영감을 불어넣는 이들 모두를 일컫는지도 모른다. 특히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예술가란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의 예술가들의 삶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고상한 무언가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든, 혹은 출세하기 위해서든 자신들이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자신들의 일에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들이 바로 예술가였던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예술가들이 많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예술가로 다루는 인물은 모두 여성뿐이다. 이타미 준을 제외하면. 그는 재일 한국인이다). ‘여성’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화가라고 하면, 혹은 작곡가라고 하면 여성 자체를 찾기가 힘들었던 게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의 일이다. 이만큼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책도 드물고, ‘여성으로서’ 이룬 일에 더 큰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이룬 예술 자체에 방점을 두는 책도 많지 않다(물론 나혜석이나 박남옥 등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 읽고도 여전히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예술가의 일이 세상에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에 대해선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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