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생물을 질병과 관련지어 생각할 때가 훨씬 많지만, 미생물이 없으면 사람은 단 며칠도 버티지 못한다. 원래 이 지구가 미생물이 만들어놓은 터전이었고, 그 터전 위에서 동물, 식물 들이 출현하고,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레이우엔훅이 미생물을 관찰해서 영국왕립학회에 보고한 것이 17세기 후반이었고, 파스퇴르와 코흐에 의해 세균이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게 분명해진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 스노는 우물의 손잡이를 빼는 퍼포먼스를 통해 콜레라를 제어했고, 제멜바이스 같은 이는 수술하기 전에 손씻기를 주장했지만(그러다 미친 놈 소리를 듣고, 결국에 정신병원에서 죽었지만), 미생물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미생물이 그렇게 병을 일으키는 못된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실은 그런 경우가 매우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더욱 최근의 일이다. 지금은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가 유행을 탈 정도라, 미생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생물은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는 존재라 더욱 많이 각인되어 있다.
김응빈 교수의 《술, 질병, 전쟁: 미생물이 만든 역사》는 미생물이 가지는 다양한 관점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미생물에 관해 어떤 데 관심을 갖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 효모가 만들어낸 술도 있고,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곰팡이도 있고,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과 같은 약품(?)으로 쓰이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미생물도 있지만, 대체로는 미생물을 ‘질병’과 연관시키고 있다(시국이 시국인 만큼).
콜레라균, 탄저균, 매독균, 발진티푸스균, 독감바이러스, 결핵균, 한타바이러스, 장티푸스균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페스트와 같이 다른 데서도 많이 다룬 미생물에 대해서는 제외했다고 했는데, 사실 여기에서 다룬 미생물들도 다른 데서 상당히 많이 다루는 것들이다. 그런데 신선하다. 여기서처럼 미생물을 역사의 전환과 연관시키는 것은 이 분야의 책들이 전매특허와 같은 것인데도 그렇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현장 연구자가 쓴 것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다소는 투박하다. 어떤 부분은 다른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고, 또 어떤 부분은 매우 성글다. 잘 아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런데도 자세한 부분은 자세한 대로, 그렇지 못한 데는 그런 대로 이해가 되고, 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도 적지 않게 포함시킨 게 신선함에 기여한다.
다소 부정확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예를 들어 Mycobacterium 속에서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내용이라든지, 씨디프(C. diff)의 속명이 Clostroides로 바뀐 지가 꽤 되었는데, 여전히 Clostridium이라고 쓴다든지), 그것을 비판하기에는 이쪽의 전문가라고 할 지라도 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더욱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