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대통령, 존 F. 케네디.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은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1960년 닉슨과의 치열한 선거전 끝에 아슬아슬하게 당선되었고, 1961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지만,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리 하비 오즈월드의 총탄에 맞고 사망한다. 어쩌면 그 비극적인 죽음이 그를 더욱 역사적인 인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1964년 대통령에 재선되고, 8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50대의 나이에 퇴임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물론 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대통령으로, 이후에도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겠지만, 그리고 그의 동생들 로버트와 테드를 통해 케네디라는 이름은 계속 이어졌겠지만, 지금과 같이 어떤 상징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빌 오라일리와 마틴 두가드의 『킬링 케네디』는 존 F. 케네디의 삶의 매력성과 비극성을 동시에 완성시킨 1963년 11월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장면을 중심으로 추적해나가고 있다. 그들이 함께 쓴 책이 『예수는 왜 죽었는가(원제, 킬링 지저스)』, 『킬링 링컨』이라는 것은 그들이 케네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킬링 링컨』은 번역되지 않았다). 특히 링컨과는 그 죽음의 유사성으로, 그리고 역사 속에 위인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여러 차례 비교하고 있기도 하다.
존 F. 케네디는 여러 모로 모순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에 의해 정치인으로 운명 지어졌던 형이 2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하자 형 대신 정치인이 되었다. 하버드 대학 시절 여자들의 꽁무니만 쫓던 그가 2차 세계대전 고속어뢰정의 지휘관으로 첫 번째 죽을 위기를 넘기며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정작 그는 고속어뢰정의 지휘관으로서 훌륭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남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운다. 그토록 매력적인 재클린이 아내였음에도 말이다.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흐루쇼프와의 대결에서부터 미국 대통령으로서 용기와 배짱을 보여주긴 했지만 집권 초기 쿠바 피그만 침공에 실패하고, 베트남 전쟁에 실질적으로 발을 담그게 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이에 관해서는 『최고의 인재들』에서 아주 비판적으로, 아주 밀착 분석하고 있다).
그는 분명 진보적인 대통령, 흑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가 흑인 인권에 관심을 보인 것은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것에는 좀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많은 모순과 잘못에도 불구하고 정말 매력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자신을 그들의 대통령으로 여기도록 함으로써 자신 쪽으로 끌어들였고, 자신과 국민들의 이해 관계를 일치시킬 줄 아는 인물이었다.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많은 청년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통령이었다. 어쩌면 그런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역사적인 대통령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빌 오라일리와 마틴 두가드는 이런 존 F. 케네디를 중심으로, 영부인 재클린, 동생 로버트, 부통령 린든 존슨 등의 갈등과 협력을 다룬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 책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대통령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의 행적에 대한 추적이다. 그는 소련으로 망명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돌아온 후에는 공산주의자로서 쿠바 시민권을 얻으려고 애쓰는 등 반미국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이념적으로 투철했다기보다는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불평분자였다. 미국 정보기관도 그를 조사했지만, 단순한 불평분자로 여겼을 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아 대통령이 댈러스 방문 전 조사에서 요주의 인물 명단에서도 빠졌다. 빌 오라일리와 마틴 두가드의 견해에 따르면 그의 대통령 살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만약 소련 출신 아내와 관계가 좋았더라면, 아니 바로 전날 아내가 재결합에 동의했다면 아마도 대통령 살해 계획을 철회했을 지도 몰랐다고 본다. 정말 많이 떠도는 음모론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물론 케네디에 열광적인 이에 의해 오즈월드마저 살해되어버림으로써 진실은 영원히 묻혀버렸지만 말이다.
저자는 케네디의 죽음을 ‘카멜롯의 영광이 스러지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카멜롯이란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왕 아서의 궁전을 일컫는다. 아서 왕과 그의 기사들은 카멜롯에서 우의를 나눴다. 케네디와 재클린은 그들이 자리 잡은 백악관을 카멜롯이 되기를 염원했고, 특히 존 F. 케네디는 동생 로버트와 테드로 이어지는 권력의 이어달리기로 카멜롯이 가능하리라 보았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한 몽상가이자 불평분자의 총탄에 의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로버트 케네디마저 대통령 경선에서 선풍을 일으켰으며 역시 암살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카멜롯은 무너지고 말았고, 저자를 비롯한 사람들은 이를 안타까워한다. 케네디 신화는 영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