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깨어 있는 동안, 아니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잠시도 쉬지 않을 텐데, 뇌는 내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또 내 삶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경과학자가 이에 대해서 쓴다면 대체로 연상되는 패턴이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쓰고, 그것이 무슨무슨 효과에 해당한다는 얘기를 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등등. 물론 그런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실비 쇼크롱처럼 쓰면 더욱 재미있다.
실비 쇼크롱은 프랑스 파리에서 직장에 다니는 20대 여인 안나를 행동과 생각을 쫓는다. 그가 깨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하루 동안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신경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자꾸 할 일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억의 메커니즘을, 긴장했을 때 머리가 안 돌아가는 상황, 멀티태스킹을 시도하다 엉망이 되어버리는 상황, 멍 때리는 상황, SNS 때문에 오히려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 사랑을 느끼는 상황 등등 하루를 26 장면으로 쪼개었는데, 이 일들은 누구에게라도, 진짜 하루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다. 놀랍지도 않은 것이 그 상황들에는 모두 보편적인 신경과학적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뇌의 노예처럼 산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뇌의 지배에 편견을 가지면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살 수도 있지만, 뇌의 작용을 잘 이해하면 그것을 이용하고, 극복하면서도 살 수도 있다. 그것을 안나의 하루가 보여주고 있다.
1부가 그처럼 안나라는 개인의 하루를 쫓아가고 있다면 2부는 안나의 하루 속 장면 장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뇌과학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말하자면 조금은 이론적인 것들이지만, 어렵지 않다. 몇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사실 우리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대부분은 공감이 가는 얘기들이다. 안나의 하루가 나의 하루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려 들지 않고, 혹은 두려워 하면서 부정했던 것들이 아주 정상적인 일들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안나는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안나의 하루를 쫓는 우리는 조금은 여유를 갖고 우리 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