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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면의 세금 이야기

오무라 오지로,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by ENA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인도 케랄라주에는 ‘유방세’라는 가혹한 세금이 있었다. ... 유방세는 신분이 낮은 여성이 거리를 다닐 때 유방을 감추고 싶다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유방세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가릴 수 없었다. 세액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다.”


당시에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난젤라라는 한 농민의 부인이자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에 속했던 여인은 세금도 내제 않고 가슴을 감추고 다니다 징세관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난젤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 자기 가슴을 도려내고 그걸 징세관에게 내놓았다고 한다. 그녀는 과다출혈을 죽었고, 남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가혹하고도 어이없는 세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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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무라 오지로의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를 보면 기발한 명목이 정말 많다. 여기서 기발하다는 것은 세금을 매기는 쪽의 이야기이고, 그걸 내야 하는 쪽에서 보면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세금인 경우가 많다는 게 중요한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한다(이 책에선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이라 전하고 있고, 또 다른 책에선 18세기 크리스토퍼 블록의 책에서 찾고 있다). 물론 이 말의 방점은 죽음이 아니라 세금에 찍혀 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세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보통 세금을 싫어한다. 방금 ‘증오한다’라고 썼다가 지웠다. 그래도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일을 위한 세금을 증오한다고까지 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세금 내는 것은 즐거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거나 나는 이해하며, 내야 하는 세금은 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절세할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는 바로 그 피할 수도 없으면서, 무척이나 피하고 싶은 세금에 관한 세계사다. 짧게는 두 페이지, 길어봤자 대여섯 페이지에 세금에 관한 이야기 토막들을 담았다. PART를 다섯으로 나눠, <역사를 바꾼 ‘놀라운 세금’>, <세계를 뒤흔든 ‘기막힌 세금’>, <일본의 ‘황당한 세금’>, <인류를 위한 ‘괴상한 세금’>, <알아두면 약이 되는 ‘위대한 세금’>으로 정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 큰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세금 이야기들은 PART 1에서 다루는데, 고대 로마 공화정의 몰락, 프랑스 혁명, 영국의 명예혁명, 신대륙의 발견, 미국의 독립 등과 관련되어 있다. 현대에도 많은 정권들이 세금 문제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다루는 것은 그 정도가 아니라 역사 자체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만큼 세금은 민감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제다.


나머지의 얘기들은 (일본의 세금 얘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역사적으로 부과되었던 희한한 세금 이야기들이다. 난로 수에 세금을 매겼다가 저항에 부딪치자 창문의 개수로 세금을 매긴 사정은 현재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마주치는 건물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그래서 이제는 ‘기막힌’ 얘기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러시아에서 수염을 기르는 데 세금을 매겼다거나, 분뇨에 세금을 매겼다는 얘기들에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만, 아마 당시에는 절대 웃지 못했을 얘기다. 유방세의 처절한 얘기와 함께.


일본에서 나온 책이다 보니 일본의 세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 번째 PART는 전적으로 일본의 세금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14세기 무렵 전국 시대에서 도쿠가와 막부를 거쳐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가 이뤄지는 무렵,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매겨졌던 황당한 세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전거에 매겼던 세금, 온천에 매겼던 세금 등은 그럴 듯한데, 전시에 음주가무를 막기 위해 매겼던 세금이나 여행을 막기 위해서 매겼던 통행세, 이발과 파마에 세금을 매겼던 것들은 세금이라는 게 정말 ‘모든 것’에 매길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본이 세금 문제로 심각한 반란이 일어나고,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일본이 대대로 세금 문제에 관해서 상당히 공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쓰고 있다. 그러던 것이 현재 소비세와 같은 간접세의 역진성 문제는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에서 얘기했던 괴상한 세금들은 과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은 PART 4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그저 괴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그리스에 있었던 부유세 성격의 안티도시스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일종이었으며, 여러 국가에서 부과되고 있는 사치세, 이탈리아의 포르노세, 영국의 교통체증세, 담배에 매긴 세금 등은 세수 증대와 함께 뚜렷한 목적을 가진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에 관해서 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원청징수와 관련된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미리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이 제도를 만든 것이 바로 히틀러의 나치스라는 것이다. 이 제도가 당시에는 호응을 받았다고 하는데,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큰 금액을 내는 것보다 매달 조금씩 내는 것에 대해 덜 부담을 느꼈고, 정부는 세금을 회사에서 대신 징수해서 내는 꼴이기 때문에 편리하면서도 징수액도 늘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는데, 지금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원천징수가 이런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증세가 이루어지고 국민들의 생활은 아주 조금씩 고단해졌다. 이렇듯 원천징수는 무시무시한 요소를 잔뜩 숨기고 있는 제도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다면, 현대의 많은 세금들에 관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기괴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는 점이다. 그건 우리가 세금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어쩌면 무기력한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세금에 관해 깊게 들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역사 속의 짤막한 세금 얘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세금과 떨어질 수 없는 처지인지, 그게 얼마나 오래되고 끈질긴 얘기인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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