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기'라는 질병

바이바 크레건리드, 《의자의 배신》

by ENA

일단 제목이 “의자의 배신”이지만, ‘의자’에 관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걸 강조해야겠다(사실 제목이 그래서 좀 끌리지가 않았다. 말하자면, 다른 독자들에겐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선 “제목의 배신”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의자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생활을 얘기하고 있기도 하고, 의자가 중심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의자’에 관한 얘기로 한정시키기에는 훨씬 더 큰 얘기를 담고 있다.


인간의 몸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과 같이 되었는지에 대해 생물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등등의 분과학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근거를 끌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일관된 주제는 현대인의 몸은 별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석기 농업 혁명, 도시 혁명에 이어 산업 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의 혁명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하였을른지는 모르지만(물론 여기에는 ‘평균’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의 몸, 즉 건강 상태는 오히려 그 이전보다 퇴보해 왔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인류세(Anthropcene)(노벨상 수상자이자 대기화학자인 요제프 크뤼친이 제안했고, 최근 들어서는 국제지질학연맹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용어다. 우리는 바로 인류세에 살고 있다)의 인간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한 이후로 가장 허약하고, 문제가 많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사실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다. 농업 혁명으로 인해 수렵 생활인보다 더 퇴보된 건강 상태를 가져왔다는 것은 제래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며, 여러 차례 빅히스토리를 비롯하여 많은 책에서 다룬 내용이다. 또한 신석기의 환경에서 진화한 인간의 몸이 현대의 생활 환경과 부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진화의학의 중심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진화의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에 나와 있는 진화의학과 관련한 책들과 다른 면이 있다. 그건 우선 저자다. 저자는 의사도 아니고, (진화)생물학자도 아니고, 심지어 이과 전공자도 아니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영국 출신의 작가 겸 방송인이자 학자’다. 영문학 전공에. 그렇다고 비전공자가 썼다고 해서 내용이 허술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전공 저널의 연구 성과를 인용하고 있으며, 그 인용 내용이 피상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분야의 내부에서 본 문제가 아니라 바깥에서 보았을 때 필요한 것을 요목조목 지적해 놓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저자 자신이 요통 환자이며 천식 환자다. 그래서 전공자가 진화의학에 대해서 썼을 때 이론적인 면에 치우칠 수 있다면, 이 책은 이론에 바탕을 두고는 있으면서도 상당히 실질적인,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얘기하는 것은 사실 간단하다. 다른 것들도 있긴 하지만, 가장 중심은 앉아 있지만 말고 움직이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저녁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평소에 많은 움직이라는 것이다(물론 저녁마다 한꺼번에 운동하는 게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몇 가지 더 제안하고 있지만(가장 의외인 것은 양치질을 식사 후 바로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식사 전에 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바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편리함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 조금은 불편하고, 에너지를 쓰는 움직임을 통해야만 자신과 같은 요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의 제안은 만병통치와 같은 것은 아니다. 저자의 분석이나 제안은 다소 거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비전문가의 한계가 간혹 엿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손만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줄이면 줄일수록, 수명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건강의 조금씩 좀먹어가고 있다는 것 말이다. 지금 이 글도 컴퓨터 앞에 ‘앉아’ 손목과 손가락만을 놀리며 쓰고 있다. 이 글을 다 쓰는 대로 바로 일어서서 건물을 한 바퀴라도 돌아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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