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 미아리교회
#준식
눈을 떠보니 꽃무늬 벽지 사이로 어석어석 빨갛게
칠해진 물감이 보였다.
처음 보는 방안 느낌.
준식이는 잽싸게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천장엔 기다란 형광등이 똑딱이 추를 달고
뿌옇게 빛을 보내고 있었고 삼발이 은쟁반
간이 식탁엔 반쯤 남은 보리차물이 흰 그릇 위에
남겨져 있었다.
"아이고 야가 또 코피를 흘맀네"
손에 쥔 군고구마를 방바닥에 던지다시피
내려놓은 엄마.
하루가 멀다 하고 코피를 흘리는 준식이를
엄마는 볼 때마다 놀란다.
"......."
멍하니 앉아있던 준식이가 퀭한 눈으로
엄마를 봤을 때 툭하고 물수건이 떨어 졌다.
간지러워진 이마에 손을 올려보던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열이 많이 내맀네"
막내. 몸이 약한. 아빠의 얼굴을 잘 모르는.
차멀미가 심한 희멀건 피부의 준식이.
10살이 될 무렵까지는 잔병치레가 잦았다.
골목 축구계의 펠레. 철탑 오르기 달인
왜소한 체구에도 몸은 날렵했다.
어린 나이에도 생각에 잠겨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이따금 눈이 마주칠 때면 멈칫하고 먼산을
바라보는 것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