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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리스
Nov 11. 2024
제 취미가 (알고 보니) 빌런 수집입니다만
글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누가 봐주거나 반응을 주길 원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막상 정말 아무에게서도 어디에서도 응답이 없을 때.
머리가 복잡하고 속이 시끄러워
달리기를 하는 사람처럼 글로, 문장으로 아무 말을
쏟아내고 싶은데도
좁아터진 어휘력 벽에 부딪혀 허우적댈 수밖에 없을 때.
몇 달간 계속 이런 ~~~ 때들이 반복되면서
아 이제 글을 그만 써야 하나 싶었던 바로 그날.
잡지 PAPER
에디터에게
서 메일이 날아들어왔다.
'
빌런에
대해 글 한편 써주시겠어요?'
아, 이런.
누가 나를 쿡 찌르며 빌런 알아요? 물으면
종류 다르고 성격 다르고 생김새 다르고 말투 다르고 냄새도 다른 수 백명의 빌런을 줄줄
읊어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어찌 안 거지.
책 한 권, 지하철 통근 길에
썼던
그 버릇으로
이
에세이 한 편도 지하철에서
뚝딱
.
마치 누군가 쿡
찔러주길
기다린 물 가득찬 풍선처럼.
줄줄줄.
쓰니 알겠다.
나 왜 이렇게 빌런을 많이 알고 있는 거지?
나 진짜 빌런
수집가라도
된 거 아냐? 나도 모르게.
이러려고
심리
학을
공부하고
이러려고 여의도에
취직을
했나 봐.
더 쓰고
싶은
나의
빌런들의
이야기.
우선 PAPER에서 한 번 풀어낸 걸로
숨을 고르고.
다음에는 좀 더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써봐야겠다.
이제 좀 글 쓸 맛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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