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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iseon Jul 27. 2020

남해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훌훌 떠날 곳을 찾고 있다면





서울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서울살이 10개월 차, 동네 주민과 이방인의 경계에서 아주심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찰나였다. ‘아주심기’는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혜원이 서울살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쓰이는 단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큰 포부가 있었던 독립은 아니었지만, 막상 살아보니 이전엔 고민할 수 없었던 삶의 다양한 물음이 피어났다. 서울에서 삶의 지향점이 비슷한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서울에 있어야만 지금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직장이 가깝다는 이유가 아닌 좋아하는 동네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 그런데 좋아하는 동네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추상적이지만 현실적인 고민들.


단순히 ‘서울’이 아니라 어디든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관심이 이어졌고, 내게 서울이 ‘낯선 동네’였던 것처럼 낯섦을 선택한 귀농 청년들의 히스토리를 알게 되면 고민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빈집 큐레이션 플랫폼 <유휴>는 지역에 남아있는 집을 리모델링해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집을 장기간 빌려주는 블랭크의 새로운 서비스였다. 마침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유휴 하우스의 2주 살기가 오픈되었고, 난 백수가 아니더냐. 게다가 동네에서 만난 H님이 그곳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셔서 고민 끝.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2주 살기를 신청했다.

남해 유휴 하우스는 남해군 상주면 은모래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2층 집이다. 한 집에는 세 개의 방과 공용 주방, 거실이 있다. 상주하는 스텝 없이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게 되는데, 부디 그들도 보드게임을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스플렌더를 챙겼다. 가서 뭘 해야 할지는 딱히 정하지 않고 대충 아이패드랑 라디오, 오일파스텔, 일기장과 러닝화를 캐리어에 담았다.







내가 담은 남해 <유휴 하우스> 모습

내가 묵었던 102호의 모습


침대 반대쪽으로는 옷걸이가 있다.


제로웨이스트 지구샵의 수건과 칫솔, 고체치약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책상.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림을 벽에 붙여놨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을땐 거실에 있는 공용테이블에서 폭풍 타이핑을


날씨가 좋은 날엔 침대에 누워 멀리 보이는 보리암을 찾곤 했다.





유휴
유휴에서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외에도 귀농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거래 가능한 지방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http://yoohuu.kr/

ADDRESS
월 4만 엔으로 일본 전역의 집을 별장이나 사무실 등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유 서비스
https://address.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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