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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iseon Nov 20. 2020

혼자 공부할 땐 몰랐던 세 가지




함께 공부하던 기억이 가물가물   


공부나 일을 혼자 하는 경우는 많았다. 몰입이 필요할 땐 집 근처 카페나 도서관으로 장소를 바꾸거나, 유튜브에 있는 뽀모도로 타이머, Study with me 같은 집중에 도움되는 영상을 보곤 했다. 친구와 같은 장소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같은 주제로 함께 공부하던 기억은 벌써 수년 전이다. 


이번 데잇걸즈 수업은 모두 온라인 회의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있다. 보통 강사님은 수업 자료가 있는 화면을 공유해주시고, 우리는 카메라 화면을 끈 채로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쉬운지 어려운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HTML과 CSS를 가르쳐주신 이고잉님이 재미있는 방식을 제안해주셨다. 고잉님이 강의 중 PING!이라고 외치면 이해도에 따라 0과 1을 댓글로 다는 것이다. 이해했으면, 혹은 코드를 끝까지 다 따라 쳤으면 `0`, 잘 모르겠거나 한번 더 설명이 필요하면 `1`. 이 PING 문화는 고잉님 수업을 넘어 파이썬과 SQL수업까지 널리 퍼졌다. PING이 온라인 학습 속 다른 멤버들과 내 속도를 맞춰볼 수 있는 일종의 장치가 된 것이다. 



그리고 PING! 은 데잇걸즈 4기 맨투맨 디자인이 되었다.



데잇걸즈가 서로 경쟁을 해서 1등만 남기는 프로그램이 아닐뿐더러 멤버 각자가 쌓아온 지식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커리큘럼 안에서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진 나만 있을 뿐. 다만 가끔씩은 '처음 하는데 이 정도면 충분해~' 라며 학습을 멈추기 좋은 핑계가 되어서 다른 멤버들의 속도가 궁금했다.






01. 함께 공부하면 내 학습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학습 중 어려운 내용을 화면 속 `1`로 마주하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의 멤버들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지금 저만 어려운 게 아니군요?" 랄까. 가끔 정말 나만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배운 파이썬, SQL, 깃 등의 수업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은 어디에 관심이 많은지, 나는 어떤 부분의 복습이 부족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나의 일주일 to-do-list. 참고로 파이썬 과제는 제출했답니다. 그냥 마음으로 지우지 못했음...






02. 함께 공부하면 절대적인 학습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혼자 공부했을 때보다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많아졌다. 수업이 있는 날의 남해 부트캠프 멤버들은 보통 이런 하루를 보냈다.  


AM 07:00 - 기상 및 아침운동. 러닝이나 요가, 유튜브 보면서 홈트

AM 09:00 - 식사 & 아침 스터디 혹은 조별회의. (난 스터디가 없어서 이 시간에 주로 씻었다.) 

AM 10:00 - 체크인. 데잇걸즈 수업 시작 

PM 18:00 - 체크아웃. 데잇걸즈 수업 끝. 바다 보러 가기. 

PM 20:00 - 저녁식사 및 개인 쉬는 시간

AM 24:00 - 학습 혹은 책 읽기. 가끔 배틀그라운드 한 판.

AM 24:00 ~ 취침 혹은 추가 학습  

  

물론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테이블에 앉아있는 게 힘들긴 했다. 오래 앉아있는 것이 만사가 아니란 건 알지만, 함께 파이썬 과제를 풀거나 수업 내용을 복습하는 이 시간의 경험은 참 귀했다. 답답한 마음이 풀릴 때까지 코드를 붙잡는 경험은 정말 처음이었달까. 


12시, 1시를 넘겨 자면서도 다음날이 되면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운동과 스터디를 하는 멤버들을 보며 '이 사람들... 도대체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던 거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함정. 부트캠프 후반부로 갈수록 모두 이 생활 패턴에 지쳐가긴 했지만, 확실히 함께 있으면 계속 공부하게 된다. 왜? 나도 같이 가고 싶으니까. 








03. 함께 공부하면 동료의 좋은 학습 태도를 보고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학습 동력은 체력과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데잇걸즈엔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멤버들이 많다. 함께 살고 같이 공부하는 남해 부트캠프에서는 이 반짝임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저녁 학습 시간에 멤버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 저도 이거 궁금해요!", "어! 이거 풀었는데 설명해줄까요?", "어! 저는 이거 해보고 싶어요!"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쏟고 배움의 결과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것. 이런 태도는 지난 내 학습 과정을 돌아보게 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이런 태도를 곁에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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