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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Dec 05. 2019

#9. 젊은것들이 죄인은 아니건만(3)

'체념'보다는 차라리  '분노'하자

'7막 7장(홍정욱),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장승수)'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의 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소위 '개천에서 용 났다'는 책들이 90년대 ~ 2000년대 에는 꽤나 있었다. 그리고 2000년 초반 ~ 후반 까지만 해도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김수영), 멈추지 않는 도전(박지성)' 등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메시지의 책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찌 됐건 그때는 '노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학생이던  2010년 ~ 2015년까지의 가장 핫 한 트렌드는 아마도 '힐링'이었을 것이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안철수의 힐링캠프', '김재동의 힐링캠프', '혜민스님의 힐링캠프' 등 각종 힐링 시리즈가 난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시절 대학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면 캠프를 가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전단 벽지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현재까지는 '부질없음' '자존감 높이는 법', '무례함에 대한 대처' 등 세상에 대한 냉소와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희망을 가지고 노력을 해 봤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상처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각종 힐링세트가 출시되었지만 사실 힐링이라는 약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 약을 판매하는 사람들 역시 엄청난 기득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는 힘들어졌다. 그 결과 이제는 현실에서 느끼는 '체념' 혹은 '분노' 그리고 그 감정들로부터 개인이 상처 받지 않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지금 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딱 이 시대별 흐름의 축소판인 듯하다. 희망을 가지고 입사했지만 현실은 기대보다 훨씬 가혹하고, 주변에서 힐링하라고 조언을 해주지만 변하는 건 없기에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체념'과 '분노'를 학습한다. '체념'을 통해 세상과 단절하거나, '분노'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체념'이라 함은 바꿔 말하면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주변 사람, 회사, 국가, 나아가서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 기사, 뉴스, 신문 등 여러 가지 콘텐츠들은 우리가 체념하기에 좋은 근거를 제공해 준다. 그것도 매일매일. 취업과 결혼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 되었고, 적당한 집에 아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은 누군가에게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끝없이 떨어져 가는 결혼율, 출산율을 보고 있자면 내가 쓴 글들이 그리 과장은 아닌 듯하다.  


  분노하며 불만을 토하는 것은 차라리 나은 것 같다. 주변에, 또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고, 또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체념'이라는 것은 분노보다 조용할지언정 훨씬 더 무섭다고 할 수 있다. 대화를 할 용의조차 없고, 우울한 염세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기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회사, 국가 등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건 그 집단은 썩어갈 수 밖에는 없다.  


  '체념' 보다는 '분노'를 하자~!


  최악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은 언제나 더 최악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언제나 쉽게 매장된다. 하지만 그 세상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체념이 되어 버린다면, 우리 역시 새로운 꼰대가 될 수 밖에는 없다.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는 말로 우리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정 짓는 것처럼, 체념에 익숙해져 버리면 우리 역시 '너흰 아무것도 나아질 수 없어~'라는 말로 후세대의 노력을 의미 없는 것으로 단정 지을 수 밖에는 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체념'보다는 '분노'를 하자. 불만을 얘기하고, 얘기하고, 또 얘기하자. 5.18 민주 항쟁 같은 목숨을 건 투쟁까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에서의 소심한 혁명가가 되어보자. 개소리엔 '거절할게요', 갑질엔 '멈춰주세요', 힘들면 '힘들어요', 상처 받는 말엔'상처 주지 말아 주세요'라고 소심하게라도 얘기하자.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알 수 없고, 알 수 없다면 바뀌는 것도 없다. 건강한 인간관계, 건강한 사회의 시작은 대화와 배려를 주고받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얘기하자. '저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저를 좀 더 배려해 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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