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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와 부도덕 사이 갈팡질팡

영화 [상류사회] 리뷰

by 권씀

태준과 수연 부부는 많지 않은 나이에도 뛰어난 능력으로 높은 지위를 성취한 부부다. 태준은 인기 많고 사회 참여도 하는 경제학 교수고, 수연은 미술관 부관장이다.

영화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관객들의 표정은 이들과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법으로 저금리 시민은행을 주장하며 주목 받은 태준은 시위 현장에서 분신 자살 하려던 노인을 구조하며 국가적 유명세에 오르고, 보수당의 공천까지 받게 된다. 관장직을 노리지만 재벌가의 관장과 부하 직원에 밀리던 수연도 빽을 얻기 위해 남편 국회의원 만들기에 적극 동참한다.

고오급스러운 스틸컷들은 영화에선 그리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태준은 제자 출신의 현직 젊은 여비서와 불륜에 빠지게 된다. 정사도 나누고 계속 붙어 다니는데 수연은 이를 알고도 야망을 위해 그냥 넘긴다.

한편 태준이 여비서와 만나던 즈음 수연도 유망한 예술가인 전 남친을 만나 불륜하고, 파리까지 따라가 정사를 나눈다. 그리고 카메라에 정사가 녹화 된다. 그 카메라의 영상이 수연과 관장 자리를 다투던 민 실장의 손에 들어가 버린다. 그럼으로써 수연의 불륜은 태준과 달리 수연의 야망을 꺼트릴 위기를 유발한다. 수연은 미술관의 실질적 소유자인 재벌가 회장을 유혹한 뒤 관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을 바친다. 그 회장은 예술 작품이랍시고 유명인을 불러 천 위에서 성행위를 하고 그 자국을 보존하는 인물이다.

제작사와 감독은 화제성을 위해 AV배우를 섭외했던 걸까.

태준은 한편 보수당의 공천을 받고 공공시민은행의 자금을 기업에게서 얻으려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보수당이 그 기업과 유착 하여 선거 이슈를 끌려던 것이고, 분신하려던 노인도 돈을 주고 꾀어낸 것이었다. 수연은 회장과 관계를 맺기 직전 회장의 아내였던 관장이 들이닥치며 상황은 반전된다. 수연은 관장에게 회장의 약점을 잡게 해 준 대가로 회장 아들과 함께 공동관장이 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결국 추악한 삶을 견디다 못한 수연과 태준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수연은 새 전시회 첫날 자신의 섹스비디오를 작품처럼 상영하며 자신의 욕망에 대해 자아비판을 하고 미술관 내 비리에 대해 폭로하며 태준을 포함한 여러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태준은 결국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고 보수당의 추악한 면이 담긴 자료를 검사에게 넘긴다. 엔딩에서 둘은 각각 소규모 시민은행과 개인전시실을 운영하며 야망과 상류사회의 굴레에서 해방된다.


영화는 파격 노출, 아름다움 뒤 추악한 현실 등의 슬로건으로 홍보를 했지만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상류층의 일탈, 민낯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이렇게 무미건조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여러 문제점이 존재했지만 그 중에서도 뻔한 줄거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다음에 나올 장면에 대해 상상을 펼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욕망에 빠진 두 부부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덥석 물고, 그 안에 가려진 음모와 타락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인데, 영화가 너무 정직하게 이 흐름을 따랐다는 게 문제였다. 선과 악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욕망 적인 부부로 정의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자신들의 욕망과 성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대목과 이로 인해 쉽게 음모에 휘말리는 과정이 너무 쉽게 흘러갔다. 선과 악도 아닌 인물들을 그저 그런 불쌍한 인물들로 전락시킨 셈이다. 욕망에 휘말린 이들을 피해자의 관점으로 다루면서부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상류층과 욕망의 이면은 분명하게 정의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이야기적인 흥미와 긴장감은 미미하게 그려지며 캐릭터들에 대한 매력마저 반감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화면 가득 채워지는 베드신은 그 의도를 알 수 없을정도로 그저 배우들의 신음소리와 움직임에 치중되어 있었으며, 허탈한 웃음만을 짓게 했다.

과연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상류사회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민낯을 까버리기에 과연 맥락없는 섹스씬을 집어넣는 방법이 유일한 도구였을까. 상류사회는 시나리오의 부재가 배우들을 집어삼킨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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