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리뷰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이들의 뒤를 조용히 쫓는다.
베이비 박스,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 시놉시스 발췌 -
그동안 가족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많았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 그걸 다루는 다양한 시선. 멀리 갈 것도 없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이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작들에서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가족을 바라보고 인물들을 간접적으로 다루던 그는 <브로커>에서는 왜 직접 묘사에 가까우리만큼 접근을 했을까. 소설이 있었다면 그대로 문어체로 따온 듯한 대사 처리는 현실과는 괴리감을 가지기 충분했다. 이건 번역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뤘다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간 제작된 가족 영화의 주제의식은 다양하면서도 분명하다. 상투적일지도 모르지만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 그들이 결합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과 극복 과정, 그리고 재결합. 신파극이나 스릴러 장르라면 다소 다르겠지만 대개의 경우 개개인의 인생사를 다룬 후 그들의 결합 과정을 다루는 편이었다. 그게 사실 잘 먹히기도 하고, 관객들이 불편할만한 지점을 남기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이 영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고자 한 건 베이비 박스에 대한 개개의 의견,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양부모의 입양 및 양육 조건, 보호종료아동의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현, 엄마가 아니었다가 엄마로 성장한 소영, 본인이 곧 정의라고 생각했으나 변화한 수진, 이중에 가장 강한 메시지는 동수나 해진처럼 버려진 아이들의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에 대한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는 감독의 외침일 것이다. 다만 그 담음새가 여태 우리가 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접근과는 다소 어긋난 모양새였다. 어긋난 것 뿐만 아니라 넘쳐서 되려 영화가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물론 그간 한국영화에서 필수로 들어왔던 신파나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장치는 없어서 담백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 부분은 한국 관객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관객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따냈으리라 생각이 된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호평을 받을 부분이었고. 하지만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본 사람들과 영화제 수상작을 기대하고 간 이들에게 이 영화가 설득력이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칸 영화제는 영화팬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간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출품작의 예술성이 중요시되기도 했고, 때론 대중성이 중시되기도 했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작품들도 물론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브로커>가 이야기하고자 한 방식은 다소 밋밋했다. 소금을 아예 치지 않은 콩국수를 먹는 느낌. <브로커>는 훗날 되새겨 보게 된다면 되새김질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