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들에게 쓰는 영상 편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리뷰

by 권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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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에요.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 들어와야 해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최근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오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학교 폭력이 드라마 속 사건의 시발점이다. 폭력 피해자인 주인공의 복수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오는 3월 파트 2 스트리밍을 앞두고 있다. 3월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보려다 주변의 권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요약 버전을 접하면서 보게 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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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경우 자라나는 아이들이 하루 일과 중 절반 이상을 할애하는 곳이 학교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끼리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툼 혹은 폭력이 행해지는 건 쉬는 시간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영악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도 교사의 시선을 피해 교묘하게 괴롭히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는 중학교 때를 제외하고는 학교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걸러진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 다른 글(https://brunch.co.kr/@kwon-sseum/1279)에서도 썼지만, 중학교 시절은 참 지독했다. 시작은 작은 다툼이었다. 중학교로 올라온 첫해 백00이라는 아이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애들에겐 가차 없이 폭력을 휘둘렀었다. 그날도 아침 일찍 등교해서 교실 뒤에서 사물함을 정리하는데 뒤에서 알짱거리는 게 거슬린다는 이유로 주먹질을 해댔고 그 아이와 어울리던 비슷한 성향의 무리들이 본격적으로 괴롭힘을 시작했었다. 담배꽁초를 내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것, 내 의자에 침을 뱉고 강제로 앉히는 것, 도시락 빼먹는 것, 숙제를 훔쳐가는 것, 2층 복도 난간에서 창 밖으로 밀던 것 등등. 빵 사 오라는 건 애교로 보일만큼 그 무리들은 영악했고 악랄했다. 전학을 쉽게 생각하지 못하던 때, 매일 등교를 하는 게 고역이었던 때였다. 왜 바보같이 당하냐는 말을 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상황에 놓이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보라서가 아니라 여러 명이서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건 정말 개미지옥과도 같은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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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건 하나의 무리이며 방관자는 대다수가. 피해자는 여럿이지만 개개인이라 노골적이고 기약 없는 폭력에 노출된다. 그나마 직업윤리를 갖고 있는 교사가 담임이라면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교사 또한 한 명의 방관자로 자리 잡는다. 난 다행히도 괜찮은 선생님이 있었기에 암흑 같았던 중학교 시절을 버텼던 케이스다.




"양아치 짓을 하는 것들은 커서도 그럴 거니까 넌 정신 차리고 공부해."

"너 두고 봐라. 쟤들 나중에 너 치킨 시키면 쟤들 중에 하나가 배달하러 올 걸?"


크게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조언이자 격려, 위로이지만, 당장에 필요한 건 그들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로 인해 내 생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면 얼마나 암담한 일인가. 그리고 어른들이 학교 생활을 같이 해주는 건 아니니까. 결국 현실과 부딪쳐야 하는 건 학폭 피해자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반응이 뜨거울 수 있는 건, 학폭 피해를 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무수한 폭력을 알면서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뒤늦은 죄책감이 아닐는지. 조용히 학교 다니던 아이들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휘두르고 본인밖에 몰랐던 이기적이고 영악한 학폭 가해자들이 반성을 할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들은 사과를 할 만큼의 위치에 서있지 않기에 사과를 하지 않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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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옆 조력자 역으로 나오는 여정의 말은 어쩌면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바둑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에요.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 들어와야 해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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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을 집요하게 서서히 말라죽일 수 있다면 지난 피해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또한 학폭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여전히 침묵 속에 멈춰있다면 이 드라마를 통해 본인이 잘못된 것이 아니란 걸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과거에 힘들었던 이들 그리고, 지금도 학폭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에게 이 드라마만큼은 통쾌한 쾌감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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