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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철제 문짝은 삐걱 소리를 낸다

by 권씀

바람은 손님처럼 대문을 드나들며 삐걱 소리를 내고

노부부는 타향에 있는 자식의 발걸음일까 싶어

미닫이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어둠 가운데 서있던 마당의 나무는

한없이 머리채를 흔들며 아니 왔다며 말하고

노부부는 고개를 돌리고 다시 티브이로 눈길을 향한다


날이 밝은 뒤 까치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새초롬하던 바람도 잦아들고

낡은 대문 위로 아침 햇살이 잠시 내려앉는다


끝없는 타향살이 속 모든 것들에 지친 자식은

철 모르던 시절엔 그저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 그립다 말하기 어려워

수화기 너머로 따뜻한 밥 냄새가 그립다며 에둘러 이야기하고

별일 없이 산다며 낮은 목소리의 안부를 무심히 전한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

고향이란 건 떠나야 알 수 있는 품이라는 걸

지긋지긋한 그리움 끝에 겨우 알아채고

한 줌의 안도를 쥐고 깊은 잠을 청한다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늘 그곳에 있어

아득한 그 마음이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철제 문짝은 삐걱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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