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각(脫殼)

by 권씀

유리벽은 투명한 한계였다

빛을 가두어 세상을 밝히는 동안
그 안의 생(生)은 숨을 죽여
거대한 몸집을 지웠다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파열음
비좁은 세계가 조각나고서야
비로소 비상의 순간이 온다는 걸
깨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안식이라 여긴 둥근 곡선이
구속이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침묵은 안에서부터 끓어오르고
임계점에 다다른 갈망이 투명한 침묵을 찢는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넓다 여긴 세계를 벗어나고야 비좁았음을 깨닫고
지느러미 아래 흩뿌려지는 유리 파편은
빛의 부스러기가 아닌 해방을 알리는 폭죽이 된다

날카로운 파편에 베인 흉터조차
비상을 위한 훈장이 되는 찰나
가장 거대한 빛은 전구 안이 아니라
스스로 솟구치는 지느러미 끝에서 탄생한다

이제 뒤돌아보지 않는 고래의 눈동자엔
비좁은 유리알에 다 담지 못했던
무한한 심연의 자유가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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