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by 권씀

저녁이 되면

나는 의자를 하나 더 빼둔다


아무도 앉지 않을 걸 알면서도

식탁을 조금 넓혀두는 습관처럼


창문을 닫지 못하고

바람이 들 때마다

괜히 고개를 드는 일


이미 지나간 하루인데

식은 국을 다시 올려놓고

한번 더 끓는 소리를 듣는 것


돌아오지 않는 발자국을

계단의 삐걱임으로 대신 듣는 밤


아마 나는 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치우지 못하는 쪽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람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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